국선변호인, 女중사 사망 직후 父와 통화서 "하하하" 웃었다

입력 2021-06-10 07:20
수정 2021-06-10 07:22

상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부사관 이모 중사 사건을 맡았던 공군 법무실 소속 국선변호인과 관련한 또 다른 폭로가 나왔다. 국선변호인은 현재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유족에게 고소당한 상황이다.

9일 MBC는 이 중사 사망 이틀 뒤 이 중사 아버지와 국선변호인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가해자 장모 중사는 국방부 장관이 국방부 검찰단으로 사건을 이관하라고 지시한 지 하루 만에 구속됐다. 그런데 이 중사 아버지와의 통화 당시 국선변호인은 구속은 어렵다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한다.

국선변호인은 아버지와 통화에서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원래 법적으로 구속이나 이렇게는 할 수가 없다. 이게 뭐 증거인멸의 우려나 도주의 우려 이런 게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그래도 장 중사의 신병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달라고 부탁하자 여전히 쉽지 않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의견서도 코로나 격리 때문에 사무실에 갈 수 없어 2주 뒤에나 써줄 수 있다고 말한다.

심지어 국선변호인은 "적극적으로 해달라"는 아버지 요청에 "하하하, 네"라며 웃기도 했다.

이에 이 중사 아버지는 "죽은 사람의 아버지 앞에서 웃어?"라고 즉각 반발하기도 했다.

한편 해당 국선변호인은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지인들에게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누설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국선변호인은 "사실무근"이라며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해당보도를 한 언론사를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사는 억지로 저녁 자리에 불려 나간 뒤 귀가하는 차량 뒷자리에서 강제추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사는 지난달 18일 청원휴가를 마친 뒤 전속한 부대로 출근했지만, 나흘 만인 22일 오전 부대 관사에서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중사는 발견 하루 전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마쳤으나 당일 저녁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모습도 휴대전화로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