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클라우드 시장을 노리는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국내 시장은 이미 해외 업체 점유율이 절반을 넘어선 상황이다. 급격히 커지고 있는 한국 클라우드 시장을 해외 기업들이 독차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中 업체까지 ‘눈독’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스타트업 등을 육성하기 위해 향후 3년간 10억달러(약 1조1154억원)를 투자한다고 9일 밝혔다. 이 지역 개발자 10만 명과 기술 벤처 기업 10만 곳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중국 온라인 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자회사다. 셀리나 위안 알리바바 클라우드 인텔리전스 글로벌 사업부문 회장은 “알리바바 클라우드의 아태 지역 전략에서 현지 기업의 디지털 전환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IT업계 관계자는 “알리바바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처럼 국내 기업 지원을 매개로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게 해 시장 점유율을 한꺼번에 높이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지난해 9월 국내 클라우드 관리(MSP) 업체인 메가존과 총판 계약을 맺었다. 보통 해외 클라우드 업체는 국내 MSP와 손잡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알리바바가 국내 MSP와 계약을 맺은 것은 처음이었다.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올해 1분기 601억위안(약 10조4802억원)으로 1년 전보다 50% 정도 늘었다. 글로벌 IT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알리바바의 아태 지역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19.2%로 1위였다.
글로벌 1위 게임업체 텐센트도 국내 클라우드 시장 공략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자회사인 텐센트 클라우드는 지난 4월 인천관광공사와 국내 IT 기반 관광 솔루션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인천관광공사에 방한 관광객을 위한 원스톱 스마트 관광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텐센트 클라우드는 지난달에는 일명 ‘서비스형 애플리케이션 플랫폼(aPaas) 솔루션’을 국내에 내놨다. 해외 브랜드 시장 점유율 급상승텐센트 클라우드는 지난해 중국 클라우드 업체 처음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한국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ISMS 인증은 기업이 주요 정보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수립·관리·운영하는 정보보호 관리체계가 국내 인증 기준에 적합한지 심사하는 제도다. 텐센트는 ISMS 인증을 계기로 국내 투자를 확대하면서 게임사 중심으로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넥슨과 넷마블 등 한국 상위 20개 게임사 80%가 텐센트의 클라우드를 이용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가세로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해외 업체들의 ‘판’이 될 공산이 커졌다. IDC에 따르면 2019년 한국 클라우드 시장 매출 상위 10개 업체 중 AWS, MS 등 해외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51.4%에 달했다. 클라우드업계 관계자는 “인프라서비스(IaaS), 소프트웨어서비스(SaaS), 플랫폼서비스(PaaS) 등 클라우드 각 분야에서 국내 매출 1위 업체는 모두 해외 기업”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IT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국내 클라우드 시장 규모가 올해 3조24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업체들도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강원 춘천에 이어 세종에 제2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내년 완공이 목표다. 카카오도 처음으로 데이터센터 건립에 나섰다. 경기 안산의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 2023년까지 1만8383㎡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