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가 꽂힌 차세대 원자로…원자력硏·삼성重 개발 나서

입력 2021-06-09 17:25
수정 2021-06-10 01:23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삼성중공업이 탄소 배출이 없는 ‘원자력 추진 선박’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상용화를 선언한 4세대 소형모듈원전(SMR) 가운데 하나인 용융염원자로(MSR)로 운용하는 컨테이너선을 만들기로 했다.

양측은 MSR 개발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9일 발표했다. MSR 관련 제품 설계 및 비즈니스 모델 개발, 요소기술 개발 및 성능 검증, 경제성 평가 등 전반에 걸쳐 협력한다. 박원석 원자력연구원 원장은 “MSR 기반 선박 개발은 국제 물류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만한 차세대 기술”이라며 “삼성중공업과 긴밀히 협력해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잠수함과 항공모함을 제외하고 민간 선박 엔진을 4세대 원자로로 만들어 상용화한 사례는 아직 세계적으로 없다. 러시아가 유일하게 부유식 쇄빙선(아카데믹 로모소노프)에 소형 원전 ‘KLT-40s’를 탑재해 시험 중이지만 3세대 원전인 경수로(PWR) 방식이다.

MSR은 첨단기술의 집약체인 SMR 가운데서도 가장 특이한 원전으로 꼽힌다. 토륨, 불화우라늄, 지르코늄, 리튬 등이 섞인 용융염을 핵연료로 쓴다. ‘핵폭탄의 산실’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가 1954년 처음 개념을 세웠다.

MSR은 사고 위험이 감지되면 원자로 안의 핵연료가 저절로 굳는다. 중대사고 가능성이 이론상 ‘제로’다. 전해조와 붙이면 그린수소 생산도 가능하다. 게이츠는 자신이 소유한 회사 테라파워 등을 통해 SMR 가운데 소듐냉각고속로(SFR)와 MSR을 개발 중이다. 게이츠는 지난 2일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과 함께 10억달러를 들여 미국 와이오밍주에 SFR 상용 플랜트를 짓겠다고 밝혔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앞으로 개발할 MSR은 핵연료 사용주기가 20년 이상으로 선박 수명과 같아 한 번 탑재하면 교체가 필요없다”며 “소형화가 유리해 친환경 선박 엔진에 가장 적합한 원전”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선박업계는 2010년대 들어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규제가 급속도로 강해지면서 MSR을 주목해왔다. 덴마크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선사 머스크도 MSR 선박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역시 원전 적용 상선을 만들어 성능을 검증했다.

국내에선 대우조선해양이 미국 워싱턴주에 있는 기업 쏘콘과 함께 선박용 MSR을 개발하며 인도네시아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오크리지국립연구소 소속 전문가들로 구성된 쏘콘은 250메가와트(㎿)급 MSR 2기에 대한 개념 설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