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조직 애용 암호 메신저앱, 알고보니 'FBI 함정'이었다

입력 2021-06-09 17:15
수정 2021-06-10 01:45
범죄단체 조직원 사이에서 인기 아이템으로 쓰였던 암호 메신저앱이 알고 보니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만든 함정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 사법당국이 800명 넘는 조직범죄 관련 용의자를 체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ANOM(아놈)’이라는 암호 메신저앱을 소개했다. FBI가 이끄는 국제 사법기관 연합체는 ‘트로이 방패 작전’의 이름으로 대대적인 범죄조직 소탕 작전에 나섰다.

아놈은 일반 앱스토어에서 구입할 수 없고, 해당 앱이 설치된 특수 전화기를 암거래 시장에서 구매해야 했다. 거기에다 기존 사용자의 추천이 없으면 앱 사용 자체가 불가능했다. 사용료도 6개월간 2000달러(약 223만원)에 달했다.

아놈에는 FBI와 국제 사법기관들이 암호화된 메시지를 가로채 해독할 수 있는 기술이 설치돼 있었다. 이런 사실을 알 수 없던 국제 범죄 조직원들은 이 앱을 사용해 갖가지 범죄를 모의했다. WSJ는 “메시지를 암호화할 수 있는 데다 서로 아는 사람들끼리만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범죄 조직원 사이에서 인기를 끈 것”이라고 전했다.

유럽연합(EU) 경찰기구인 유로폴은 “100여 개국에 걸쳐 300개 이상의 범죄조직이 이 앱에 걸려들었다”고 설명했다. 총 사용자 수는 1만2000여 명에 달했다. 일례로 한 범죄 조직원은 프랑스의 외교행낭을 이용해 마약을 운반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가 사법당국에 적발됐다. 이번 함정 수사를 통해 16개국에서 800명이 넘는 조직범죄 관련 용의자가 체포됐다. 코카인 8t, 대마초 22t 등 마약류와 총기 250대 등을 압수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