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생산자물가 9% 급등…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입력 2021-06-09 15:36
수정 2021-07-09 00:02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급등에 중국의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주요 원자재 수입을 통한 '외부 유입형' 인플레이션 충격을 우려한 중국 정부는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원자재 가격 관리에 나섰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5월 중국의 PPI 상승률이 9.0%로 집계됐다고 9일 발표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가 진행 중이던 2008년 10월의 9.1%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5월 PPI 증가율은 시장의 전망도 웃돌았다.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는 8.5%였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5월 들어 국제 원유, 철광석, 비철금속 등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가운데 국내 수요가 안정적으로 회복되면서 공산품 가격이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월 중국에서 석유·천연가스와 철광석을 포함한 철강류 제품의 출고 가격은 각각 99.1%, 48.0% 상승했다.

백신 보급 진행에 힘입어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코로나19의 충격에서 빠르게 벗어나 경제를 정상화함에 따라 원자재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 급등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벤치마크 원유 중 하나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지난 7일(현지시간)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섰다. 2018년 10월 이후 2년 6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세계은행은 "글로벌 경제 회복 추세에 빠르게 반응하여 올해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라며 "높은 인플레이션이 경제 회복을 위해 확장 정책을 추진 중인 신흥·개도국의 정책적 선택에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반 중국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인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아직은 비교적 낮은 수준이지만 바닥을 찍고 서서히 상승 중이다. 5월 CPI 상승률은 1.3%로 전달의 0.9%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석유와 철광석 등 주요 원자재 해외 의존도가 높은 중국은 원자재 가격 급등이 자국 경제에 인플레이션 충격을 초래할 가능성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원유만 해도 중국의 해외 의존도는 70%에 달한다.

중국의 경제 계획 수립 총괄 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이날 화상회의를 열고 "엄격한 책임제를 바탕으로 가격 모니터링·예측 시스템을 확립해 중요 민생 상품의 가격 이상 파동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수입발 인플레이션의 충격을 최대한 완화하기 위해 정부의 강력한 행정력을 동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발개위는 지난달 철광석, 구리, 알루미늄 등 중국 내 원자재 업체 대표들을 소집해 회의를 열고 원자재 현물 및 선물 시장의 독점 행위와 투기, 사재기 등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것이라고 공개 경고했다.

세계 최대의 수출 대국인 중국의 PPI 상승은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치솟는 원자재 가격이 중국의 생산자 물가를 끌어올리게 했다"며 "이는 세계에 가격 부담을 더욱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