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용구 사건, 외압 없었다…증거인멸 정황은 인정"

입력 2021-06-09 13:40
수정 2021-06-09 13:42

경찰은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 대한 부실수사 의혹과 관련, 증거인멸 시도 정황을 인정하면서도 외압이나 청탁은 없었다고 9일 밝혔다. 서울경찰청 청문·수사합동진상조사단을 꾸려 4개월 넘게 자체 진상조사한 결과를 이날 발표한 것이다.

조사단은 이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당시 사건을 담당한 서초경찰서 수사관 A경사를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전 차관은 증거인멸교사 혐의, 택시기사 B씨는 증거인멸 혐의로 각각 송치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사단은 A경사가 지난해 11월6일 이 전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닷새 뒤인 같은달 11일 당시 상황이 담긴 택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압수나 임의제출 요구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사건은 이튿날(작년 11월12일) 내사종결 처리됐다.

조사단은 이 전 차관과 당시 서초서 서장 등 조사 대상자들의 지난해 11월6일~12월31일 수·발신 통화 내역 총 8000여건을 분석했다. 그러나 이 전 차관이 전·현직 경찰관과 통화하거나 제3자를 통해 서초서장을 비롯한 사건 담당자와 통화한 내역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사단은 A경사의 직속 상관인 서초서장과 형사과장, 형사팀장 등을 조사해 외압·청탁 등 윗선 개입 여부를 조사했으나 관련 정황이 확인되지 않아 사실상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서초서장과 형사과장, 형사팀장은 보고 과정에서 문제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감찰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은 “(이 전 차관을) 평범한 변호사로 알았다”는 취지로 상부 보고했으나 실은 당시 이 전 차관이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로 거론된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단은 이 전 차관이 택시기사와 합의한 뒤 연락해 폭행 영상 삭제를 요청한 점은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폭행 피해자인 택시기사 B씨의 경우 영상 삭제 정황이 확인돼 증거인멸 혐의로 송치하되, 이 전 차관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는 정상참작 사유를 명시하기로 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