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추진 중인 ‘검찰 직제개편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수용 거부 의사를 밝혔다. 김오수 검찰총장(사진)이 지난 3일 박 장관을 만나 검찰의 직접수사 제한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검 구성원들이 목소리를 모아 “범죄 대응 역량이 약화되고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등 상위법과도 배치된다”며 재차 반대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이달 중순께로 예상되는 검찰 조직개편 및 중간 간부 인사를 앞두고 법무부와 대검 간 불협화음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모양새다.
대검은 8일 조직개편안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수사 전 장관 승인을 받도록 하는 절차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등 여러 문제가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일선 청 검사도 대부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대검은 전날 김 총장 주재로 대검 부장회의를 열고 이 같은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형사부의 직접수사 제한을 포함한 검찰 조직개편안을 마련했다.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전담부에서만, 중앙지검을 제외한 전국 17개 지검 가운데 6대 범죄를 전담 수사하는 특수부가 없는 곳은 형사부 1개 부서에 한 해 검찰총장 승인을 받고 나서 직접수사를 개시하도록 했다. 특히 전국 13개 소규모 지청이 직접수사를 하려면 검찰총장 요청과 법무부 장관 승인 아래 임시조직을 꾸리도록 했다. 이 때문에 과도한 수사 제한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대검은 무엇보다 조직개편안이 상위 법령과 배치돼 적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한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하위 법인 시행령이 역으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대검은 “이번 조직개편안과 같이 일선 청 형사부의 직접수사를 직제로 제한하는 것은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검사의 직무와 권한, 기관장의 지휘, 감독권을 제한할 수 있어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대검은 검찰 부패 대응 역량 유지를 위해 부산지검에 반부패수사부를 반드시 신설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법무부와 대검 실무진이 조직개편안을 두고 이견을 조율 중이다. 하지만 조직개편안을 관철하려는 박 장관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검찰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될지 미지수다. 박 장관은 지난 7일 조직개편안과 관련해 김 총장과 추가 회동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하기도 했다.
김 총장은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방문해 김진욱 공수처장을 만났다. 공수처는 지난 1월 출범 이후 사건 이첩 기준과 기소권을 놓고 대검과 수차례 줄다리기해왔다. 3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의 기소권 갈등을 시작으로 ‘조건부 이첩’ 등에 대해 이견을 보인 게 대표적이다.
법조계는 김 총장과 김 처장의 만남을 계기로 대검과 공수처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추가 실무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기관은 3월 말 첫 실무협의를 마지막으로 아직까지 새로운 협의를 하지 않았다.
안효주/남정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