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무조건 돈 번다?…기업들 '영끌' 공모가에 수익률 갈수록 떨어져

입력 2021-06-08 17:22
수정 2021-06-09 02:01
공모주 시장이 과열되면서 예비상장기업들의 공모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8일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상장하는 공모기업 38곳 중 23곳(64%)이 희망가격 대비 공모가를 상향 조정했다. 공모가를 희망가격 하단에 결정한 곳은 1개 업체뿐이었고 나머지 기업은 모두 공모가를 최상단에 결정했다. 최종 결정된 가격과 희망가격의 괴리율은 평균 10.6%였다. 기업들이 처음에 예상한 것보다 10% 이상 공모가를 높게 책정했다는 뜻이다.

지난 1일 수요예측을 시행한 반도체 로봇개발사 라온테크는 희망가격을 1만2800~1만5800원으로 제시했으나 공모가는 14% 높은 1만8000원으로 결정했다. 임상시험수탁(CRO) 업체 에이디엠코리아와 수제맥주 제조사 제주맥주도 상단 대비 각각 15.2%, 10.4% 공모가를 높였다. 통상적으로 기업가치 대비 10~20% 할인된 가격에 공모가를 제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할인율이 거의 적용되지 않은 셈이다.

공모가가 높아지면서 공모주 수익률도 낮아지고 있다. 상장 직후 시초가가 공모가 아래로 추락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14일 상장한 건강기능식품업체 에이치피오는 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10% 하락했고 이후 주가가 한 번도 공모가를 넘어서지 못했다. 현재 공모가 대비 손실률은 20%다. 공모가에 주식을 받은 투자자는 차익을 실현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고스란히 손실을 봐야 했다. 같은달 상장한 분자진단업체 진시스템도 공모가 대비 4.5% 낮은 가격에 시초가가 형성됐고 공모가 대비 주가가 22% 하락한 상태다. 지난 3월 상장한 나노씨엠에스는 상장 직후 주가 흐름이 좋았으나 공모가 대비 23%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는 하반기 공모주 투자 수익률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앞으로 상장이 예정된 대어급 기업들이 몸값을 높여 공모 자금을 최대한 끌어모으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공모가 할인율이 20~30%대로 주가 상승 여력이 컸지만 최근에는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아 투자 매력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