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發 '초대형 데이터센터' 확보 전쟁

입력 2021-06-08 18:32
수정 2021-06-09 01:26

통신기업들의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확보 경쟁이 뜨겁다. 지난 1년 내 통신기업이 구축을 완료했거나 계획을 발표한 IDC는 여섯 곳에 달한다. 이 중 절반인 세 곳이 서버 10만 대 이상을 들일 수 있는 ‘하이퍼스케일’급 IDC다. 서버 10만 대는 국립중앙도서관 전체 데이터의 3만 배를 수용할 수 있는 용량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지난 20년간 두어 곳에 불과했던 하이퍼스케일급 IDC가 곳곳에 생길 전망”이라며 “통신사들이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버 10만 대’ IDC 구축 잇따라
8일 경기 안양시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지난달 말 ‘안양 제2데이터센터’ 착공에 돌입했다. LG유플러스는 2015년 8월 서버 54만 대 규모인 평촌메가센터를 설립한 지 6년 만에 IDC 추가 구축을 결정했다. 연면적 4만450㎡, 서버 10만 대 이상을 수용하는 규모로, 2023년 3분기 준공이 목표다.

KT는 지난 1년 새 IDC 두 곳을 새로 가동했고, 신규 구축 계획도 한 건 발표했다. 1999년부터 2019년까지 20년간 IDC 13곳을 세운 것에 비하면 발 빠른 행보다. 작년 11월엔 서울 시내 최대 규모(서버 10만 대)인 용산IDC를 개소했다. 지난달엔 IDC 전문기업 드림마크원의 IDC 시설을 임대해 운영하는 ‘브랜드 IDC’를 처음으로 내놨다. 서울 구로구의 한 드림마크원 데이터센터에 KT의 운영체계와 네트워크 등을 적용해 ‘업그레이드 운영’하는 식이다. 지난달 말엔 경기 안산시와 신규 IDC 건립 협약을 체결했다. 이달 실무 협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KT 관계자는 “용산 IDC는 개소한 지 1개 분기 만에 예약이 전부 찼다”며 “수요 증가세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각종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브로드밴드는 5000억원을 들여 서울 금천구에 서버 10만 대 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올 하반기 문을 여는 게 목표다. 작년엔 새만금산업단지에 대규모 글로벌 IDC 단지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SK E&S 등과 함께 2025년까지 IDC 8개 동을 짓고, 2029년엔 이를 16개 동으로 확장한다. 홍콩이나 일본 도쿄 등에 주로 입주하는 외국 기업 IDC 수요를 끌어오는 게 목표다. ◆DX·ESG 트렌드에 수요 폭증
각 기업은 폭증한 데이터 수요를 잡기 위해 IDC 구축을 늘리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기업들의 디지털화(DX)가 빨라지면서 클라우드 데이터 수요가 확 늘었다. 메타버스·자율주행·스마트팩토리·인공지능(AI) 등 데이터가 대량으로 오가야 하는 신사업 분야가 확장한 것도 이유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중요성이 부상하면서 전문적으로 서버를 관리하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개별 기업이 전산실을 운영하는 것보다 전문 IDC에 의뢰해 서버를 관리하는 게 탄소배출·에너지 사용량을 더 많이 줄일 수 있어서다.

통신사로선 IDC가 ‘매출 효자’다. 한 번 계약한 기업은 서비스 이용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통신업계의 설명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분기 IDC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2% 늘었다. KT도 IDC 사업을 필두로 AI·DX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했다. 김상곤 KT IDC사업담당 상무는 “통신사 IDC는 솔루션 비즈니스 등 기업 간 거래(B2B) 신규 먹거리와도 연계할 수 있는 미래형 인프라”라며 “IDC 고집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다른 기업의 AI 연구, 빅데이터 분석 등을 돕는 신사업을 여럿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