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016년을 끝으로 중단된 대만과의 ‘무역·투자 대화’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참가 여부에 대해선 동맹국 등과 공동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중국의 ‘아픈 곳’을 건드린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대만과의 무역합의에 관한 질문에 미무역대표부(USTR)가 언급할 사항이라면서도 “우리가 대만과의 대화에 관여 중이고 조만간 어떤 형태의 프레임워크(틀) 합의에 관여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대화는 시작돼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DC 주재 대만대표부 대변인은 로이터통신에 “우리는 USTR과 논의에 관여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며 “이는 양자 무역관계의 진전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독일마셜기금의 대만 전문가 보니 글레이저를 인용해 미국이 대만과 무역투자기본협정(TIFA) 관련 회담을 재개하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TIFA는 자유무역협정(FTA)의 전 단계로 평가된다. 미국과 대만은 1994년 TIFA에 서명한 뒤 1995년부터 2016년까지 거의 매년 양국 통상차관이 참석하는 TIFA 회담을 했다. 2017년 이후 회담은 중단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후 한동안 통상차관에 해당하는 USTR 부대표를 임명하지 않은 데다 중국과의 협상에 초점을 맞추면서 대만과의 TIFA 회담은 유야무야됐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만과의 TIFA 회담을 재개하면 FTA 논의로 이어질 수 있고 영국 등 미국 동맹국들도 대만과 무역회담에 나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이 내세우는 ‘하나의 중국’ 원칙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블링컨 장관은 베이징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해선 “다른 나라, 동맹,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공동의 접근법을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이 지난 4월 공동 보이콧 문제와 관련해 “동맹과 협의하고 있지 않다”고 한 것과 온도 차가 있는 발언이다.
미 정치권에선 중국의 신장위구르, 홍콩 등에 대한 인권 침해를 이유로 베이징동계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선수단만 파견하고 외교사절단을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미국 등 서방국가의 제재를 당한 자국 기업과 국민이 손해배상 등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중국 정부가 외국의 제재에 반격할 수 있도록 하는 ‘반(反)외국제재법’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이 통과되면 중국 정부가 애플, 보잉 등 중국 사업 비중이 높은 미국 기업을 타깃으로 삼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주용석/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