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무급휴직' 감수…쌍용차 운명 걸린 자구안, 노조 관문 넘었다

입력 2021-06-08 11:49
수정 2021-06-08 11:51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자동차의 운명을 가를 자구안이 노조 투표에서 과반 가결됐다. 이번 자구안은 '최대 2년간 무급휴직'을 골자로 한다. 자구 계획안 가결에 따라 쌍용차의 매각 작업은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자구 계획안은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찬성률 52%로 최종 가결됐다. 앞서 쌍용차 노조는 전날 오후 3시40분~5시40분, 이날 오전 7시~9시 이틀간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사특별합의'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투표에 참여한 3224명 중 1681명이 찬성, 1528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업계에서는 투표가 가결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노조 집행부를 비롯한 상당수 조합원들(기업노조 소속)이 자구안에 대해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데 공감하면서 이날 투표 결과가 어느정도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것이다.

쌍용차 노조는 기업노조인 쌍용차 노조와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등 복수노조로 이뤄져 있다. 전체 임직원 4700여명 중 3500명가량 노조에 가입해 있으며 이중 금속노조 소속은 20명이 채 되지 않는다. 90% 이상이 기업노조인 셈이다.

물론 강경 기조를 이어온 10여명의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소속 일부 조합원들은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자구안에 강력 반발했다. 특히 2009년 해고됐다가 지난해 복직된 150여명의 노동자들에게 무급휴직은 가혹하다는 주장이었다.

정일권 쌍용차 노조위원장은 전날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 전가로 조합원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금은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위기를 넘겨야 한다"면서 "쌍용차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전환하고 지원 당위성을 입증하기 위해 외부에 생존 의지를 보여야만 한다"고 호소했다.

노사가 마련한 자구안은 기술직 50%, 사무직 30% 인원에 대해 최대 2년간 무급휴직을 시행하는 내용이 핵심. 우선 1년 시행 이후 회사 상황을 고려해 1년 더 연장하는 방식이다. 임금을 제외한 단체협상 주기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경영 정상화까지 파업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번 자구안에는 '인적 구조조정'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 2009년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많은 인원이 희생된 당시 트라우마를 재현하지 않기 위한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대신 사측은 '잡셰어링(근무 시간을 단축하는 대신 여러 사람이 나눠 일을 처리하는 노동 형태)'을 통해 인적 구조조정 이상의 퍼포먼스를 내자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인적 구조조정만이 구조조정은 아니다. 부지 매각, 조직 개편, 임금 삭감 등 쌍용차는 이미 군살 줄이기에 돌입했다"며 "향후 쌍용차가 정상화되는 시기에는 또 엄청난 인력이 필요한 만큼 인적 구조조정이 아닌 무급휴직으로 대비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이날 가결된 자구계획안을 법원에 즉시 제출할 예정이다. 당장 9일부터 매각 관련 절차를 개시하고 이달 말 입찰 공고를 시작으로 매각 일정을 본격 진행한다. 쌍용차의 인수 후보로는 국내 전기버스 제조업체 에디슨모터스, 전기차 업체 케이팝모터스, 사모펀드 계열사 박석전앤컴퍼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매각 주관사로는 조사위원인 한영회계법인이 나선다.

쌍용차는 "2009년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고 고용은 유지하면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노사의 고민이 결실을 맺었다"며 "자구안 통과를 디딤돌 삼아 경쟁력 있는 투자자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재무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인가 전 M&A(인수합병)'를 통한 기업회생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