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코로나19 자영업자 손실보상 소급 적용을 사실상 접으면서 내세운 명분은 ‘폭넓은 지원’과 ‘신속성’이다. 정부의 영업금지 행정명령 대상은 유흥업소 등에 한정되는 데다 보상을 위한 손실 규모를 산출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정부가 중복 지원과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강력 반대한 게 ‘소급 적용’을 포기한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여당이 소급 적용을 접는 대신 피해 지원금 카드를 꺼낸 것은 자영업자의 반발에 대한 ‘입막음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與, 소급 적용 밀어붙이더니…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7일 당정협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손실보상 대상인) 행정명령을 내린 업종이 생각보다 제한적”이라며 “취약업종에도 손실보상이 아닌, (피해) 지원금을 넓게 지원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입법 청문회까지 열면서 코로나19 손실보상 소급 적용을 밀어붙였지만, 결국 정부 반대를 수용했다. 이른바 손실보상법으로 불리는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르면 영업금지 등 정부의 행정명령 대상 업종만 보상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행정명령 대상이 된 업종은 노래연습장·PC방 외에 유흥주점·헌팅포차·감성주점 등 대부분이 유흥업소다. 일각에서는 보상액의 70%가 유흥업소에 지원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손실보상을 소급 적용하면 과거 지급된 지원금과의 중복 문제가 남는다. 정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코로나19 지원 명분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제공된 피해 지원액은 총 45조원에 달한다. 손실 대비 지원액이 두 배에 가깝다는 게 정부 측 주장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민주당은 100% 소급 적용을 주장하며 정부를 압박했다. 민주당 초선의원들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희생한 국민에게 소급해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며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소급 적용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에 나서는 등 야당도 합세했다. 결국 설익은 주장으로 갈등만 불러일으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참여연대·실내체육시설 비상대책위원회·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등 단체는 이날 또다시 손실보상법 소급 적용을 촉구했다. 추경에 피해 지원금 본격 편성당정은 지난 4차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피해에 대해 과거 피해 지원 수준인 100만~500만원 규모를 추가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직접적인 행정명령 대상인 고위험업종뿐만 아니라 여행업·예식장업·공연업 등 10개 경영위기업종도 포함시켰다. 이를 위한 재원은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반영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여당은 지난 3월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소상공인 대상 버팀목자금플러스에만 6조7000억원을 투입했다. 이번 추경에서도 피해 지원금으로만 10조원에 달하는 예산이 편성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여기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을 포함해 전체 추경 규모가 3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4차 재난지원금조차 아직 100% 지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또 현금 지급 카드를 남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4월 25일 기준 4차 재난지원금 실집행률은 57%에 그쳤다. 야당은 반대할 듯정부·여당은 과거 피해는 이번 지원금 추가 지급으로 마무리짓고, 앞으로 행정명령에 따른 손실은 소상공인법 개정안을 통해 보상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이르면 9월부터 정부의 행정명령에 따라 영업이 금지되는 업종은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게 된다. 국회 산자위는 8일 전체회의를 열고 소상공인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승재 의원은 이날 “방역에 협조하다 폐업한 수많은 업체는 손실보상법이 시행되지 않으면 보상은커녕 지원도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며 ‘완전한’ 손실보상법 통과를 재차 요구했다.
조미현/노경목/고은이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