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샤넬 매장 줄서는 한국…中·日서는 '오픈런' 없었다

입력 2021-06-07 17:53
수정 2021-06-08 01:53
지난 6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SKP백화점. 주말에도 한산한 일반 의류 매장과 달리 에르메스, 샤넬 매장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루이비통, 프라다 매장도 사람들로 넘쳐났다.

에르메스 매장에 줄을 서 있던 장잉 씨는 “다른 명품들은 온라인으로도 살 수 있지만 에르메스는 직접 눈으로 확인한 뒤 사고 싶어서 줄을 섰다”고 말했다. 샤넬의 한 점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줄었던 손님이 백신 접종자가 크게 늘어난 2~3월부터 빠르게 회복됐다”고 말했다.

중국은 아시아에서 명품시장이 가장 빠르게 팽창하고 있지만 한국과 같은 ‘오픈런’은 아직 찾아볼 수 없다. 매장 내 인원 제한을 두는 명품업체들의 방침 때문에 입장을 기다리는 긴 줄은 중국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매일 저녁, 또는 이른 새벽부터 매장 앞에서 개장 시작을 기다리는 ‘오픈러너’는 아직 생경한 풍경이다.

컨설팅사인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명품 판매액은 3500억위안(약 60조원)으로 전년 대비 48% 증가했다. 세계 명품 시장 규모가 23% 감소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중국의 세계 명품 시장 점유율은 2019년 11%에서 지난해 20%로 껑충 뛰면서 아시아 1위가 됐다.

해외여행이 사실상 막혀 있는 중국인들은 자국인 면세 쇼핑이 허용된 하이난성 싼야로 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작년 7월 연간 명품 구매 한도를 1인당 10만위안으로 세 배 늘리고, 단일 제품 구매 상한선(8000위안)도 없앴다. 하이난 지역 내국인 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은 총 327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127% 뛰었다. 올 1~2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359% 증가한 84억9000만위안을 기록했다.

한때 아시아 1위였던 일본의 명품시장 규모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은 여전히 일본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지만 전체 시장규모는 1980년대 버블(거품)경제기에 비해 반 토막 수준이다. 2010년대 초중반까지는 미국에 이어 2위 규모를 지켰지만 중국 등 신흥 경제대국에 자리를 내준 지 오래다. 2008년 200억유로(약 27조원)이던 일본 명품시장 규모는 중국 단체관광객에 힘입어 2019년 240억유로로 반짝 반등했으나 지난해 다시 201억유로 규모로 주저앉았다.

코로나19 긴급사태로 현재 일본의 대부분 명품업체는 주말 휴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3대 명품숍이 모여 있는 도쿄 긴자3초메에선 유일하게 영업을 하는 샤넬 매장 앞에만 대기줄이 있을 뿐이었다.

베이징=강현우/도쿄=정영효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