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잭슨홀 미팅 최대 난제 '조기 테이퍼링'

입력 2021-06-06 17:15
수정 2021-06-07 07:41
성장률, 물가 상승률, 실업률, 무역수지 등 각종 경제지표 가운데 코로나19 위기 극복 여부를 가장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표적변수는 ‘통화량’이다. 코로나 사태 직후처럼 위기 국면일 때는 돈을 많이 풀고, 최근처럼 극복되기 시작하면 돈의 공급을 줄여나가는 테이퍼링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가장 궁금한 것은 금융위기 이후 4년 만에 거론됐던 테이퍼링이 이번 코로나 사태 때는 불과 1년 만에 거론되는 배경이 뭐냐는 점이다. 대부분 금융위기는 유동성 위기, 시스템 위기, 실물경기 위기 순으로 진행된다. 위기 극복도 이 수순을 따라야 한다.

위기 3단계 이론으로 볼 때 금융위기는 시스템 위기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사전에 예고돼 초기 충격이 작은 반면 시스템 위기를 극복해야 실물경기 회복이 가능해져 위기 극복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금융위기를 맞아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돈이 적게 풀렸는데도 2013년에 가서야 테이퍼링이 처음 거론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에 뉴노멀 디스토피아의 첫 사례에 해당하는 코로나 사태는 초기 충격이 큰 것이 특징이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자마자 모든 사람이 공포에 휩싸이고, 세계 주가가 한 달 만에 반토막이 날 정도로 순식간에 폭락한 것은 하이먼 민스키 리스크 이론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Nobody knows’, 즉 아무도 모르는 위험이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코로나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1913년 설립 이래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코로나 사태가 끝날 때까지 매입 대상을 가리지 않고 달러화를 무제한 공급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시스템 문제에서 비롯된 종전의 위기와 달리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 사태는 백신만 보급되면 세계 경제가 ‘절연’에서 ‘연계’ 체제로 빠르게 이행된다. 이에 따라 풀린 돈을 회수하지 못한 상황에서 성장률이 높아져 자산 거품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불거진다. 테이퍼링이 금융위기 때와 달리 앞당겨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주 말 5월 고용지표가 발표된 뒤 장단기 기대 인플레이션을 보면 2년 후에는 3%에 근접할 정도로 높지만 10년 후에는 2.5% 밑으로 떨어졌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해 대부분의 Fed 인사들이 테이퍼링 추진에 아직까지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치 합창하듯 Fed 인사들이 금융완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더 이상 바라지 않는 상황이다. 오히려 돈이 차고 넘쳐 수익률이 연 0.08%인데도 역레포 수요가 있다. 역레포란 투자적격대상 가격이 적정 가치 이상으로 올라 추가 투자 때 예상되는 수익보다 거품 붕괴에 따른 위험이 높다고 판단할 때 금융사들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행위를 말한다.

Fed가 작년 3월 세컨더리 마켓 회사채 펀드(SMCCF)를 통해 사들였던 정크 본드를 긴급히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채와 주택저당증권 등 투자적격 수단만 대상으로 하는 유동성 조절 정책 원칙상 Fed는 정크 본드 매각 결정이 테이퍼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테이퍼링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Fed의 통화정책은 시장에 수렴하는 관행을 감안할 때 두 달 후 열릴 잭슨홀 미팅에서 테이퍼링 추진 문제가 최대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분명한 것은 테이퍼링은 위기가 정상적으로 극복되고 있다는 정책적인 판단이라는 점이다. 오히려 금융완화만 지속하면 마약 환자에게 마약을 더 주는 꼴이기 때문에 경제 복원력마저 잃을 수 있다.

투자는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양적완화에서 테이퍼링으로 전환될 때 대형 기술주에서 경기 민감주로 조정해 놓으면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다. 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레버리지 상품과 거품이 낀 투자수단은 정리해 놓아야 한다. 경제가 정상을 찾아가는 만큼 일론 머스크, 캐시 우드 등을 무조건 따라가는 행위는 자제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