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대 의료용품 제조업체 메드라인, 사모펀드 컨소시엄에 팔린다

입력 2021-06-06 15:05
수정 2021-06-20 01:43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들로 꾸려진 블랙스톤·칼라일·헬맨앤드프리드먼(H&F) 컨소시엄이 미국 최대 의료용품 공급업체 메드라인의 최대주주가 된다.

메드라인은 5일(현지시간) "블랙스톤 등이 이끄는 컨소시엄이 메드라인의 최대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면서 "지분 매각을 통해 메드라인의 해외 사업을 확장하고 인프라 신규투자와 공급망 강화 등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기존에 메드라인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던 오너일가인 밀스 측은 단일 최대주주로 계속 남아 고위 경영진 등을 맡아 회사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번 거래에서 메드라인의 전체 기업가치는 300억달러(약 33조4950억원) 이상으로 평가됐다. 부채를 합하면 340억달러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WSJ 등은 "헬스케어 산업에서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차입매수(LBO·피인수기업 자산을 담보로 매수 자금을 충당하는 방식)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거래는 연내 마무리될 예정이다.

1966년 설립된 메드라인은 미국 일리노이주 노스필드에 본사를 두고 있다. 최대 의료용품 민간 제조·유통업체로, 억만장자로 알려진 밀스 가문이 운영하고 있다. 의료용 장갑·가운·검사대 등 의료용품을 병원에 공급한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 초기에 표백제, 마스크, 소독용 물티슈 등의 생산량을 대폭 늘린 덕분에 175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메드라인은 1972년 기업공개(IPO)를 했다가 5년만에 상장 폐지한 뒤 최근까지 가족 중심의 경영을 해왔다. 최고경영자(CEO)는 찰리 밀스고, 회장은 CEO의 사촌 앤디 밀스가 맡고 있다. 메드라인 측은 "이 투자를 통해 메드라인 성공의 핵심인 가족 경영 문화를 보존하면서 전략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메드라인 인수전에는 블랙스톤 컨소시엄 외에도 베인캐피털 컨소시엄, 브룩필드자산운용 컨소시엄 등 최소 8곳이 인수 의향을 밝히며 입찰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를 두고 "클럽딜이 되살아날 조짐이 보인다"고 전망했다. 클럽딜이란 복수의 펀드 운용사들이 기업 인수를 위해 컨소시엄을 조성해 참여하는 거래를 의미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복수의 펀드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이 같은 자산에 현금을 지나치게 노출시키는 것을 꺼려하면서 클럽딜 문화가 자취를 감췄다. 대표적인 클럽딜은 2013년 KKR 컨소시엄이 텍사스 발전기업 TXU를 450억달러에 사들인 거래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