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연 前 법제처장 "정부, '토지공개념' 법리 잘못 해석"

입력 2021-06-06 13:24
수정 2021-06-06 14:43

헌법 122조에 명시된 '토지공개념'이 땅에만 해당될 뿐,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포함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부가 헌법을 근거로 임대차 3법을 도입했지만 헌법을 오해했다는 지적이다.

이석연 법무법인 서울 변호사는 지난 4일 서울 서초동 서울변호사회관에서 사단법인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 주최로 열린 '임대차 3법의 위헌성 토론회'에서 "토지공개념이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까지 포함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법제처장을 역임했다. 현재 대한주택임대인협회의 소송대리를 맡아 임대차3법의 위헌 소송을 이끌고 있다.

토지공개념은 공익을 위해 국가가 토지의 소유와 처분을 제한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은 헌법 122조에 명시된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해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는 내용을 토지공개념과 같은 조항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헌법학자인 이 변호사는 “헌법이 말하는 것은 국토, 즉 토지이고 지금 문제가 된 것은 아파트나 빌라 등 공동주택”이라며 “주택은 토지의 2, 3차 파생상품이기 때문에 둘을 같은 개념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토지는 면적이 한정돼 있는 특수한 재화이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헌법 122조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아파트 같은 경우, 같은 면적의 토지더라도 활용방법에 따라 세대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한정된 자원이라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공동주택의 경우, 용적률을 높이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공급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이날 이 변호사는 토론회에서 임대차 3법이 가지고 있는 위헌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개정 민간주택임대사업자특별법(민특법)과 관련해 “정부가 3년 만에 말을 바꿔 임대사업자를 등록말소시키는 등 법적 신뢰가 처참하게 깨졌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초기 임대사업자에게 세제혜택을 주는 등 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 민특법으로 장·단기임대주택사업이 사라진다. 이 변호사는 “이는 헌법상 소급입법금지, 국민과 국가사이 신뢰보호원칙들을 심각하가 위반하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공시가격 인상으로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는 것 역시 ‘조세법률주의’를 위반해 위헌이라고 피력했다. 헌법 59조에 따르면 조세의 세율은 법률로 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공시가격 상승은 국토교통부의 훈령에 의해 이뤄졌다. 이 변호사는 “훈령은 법제처 심사조차 받지 않는다”며 “적어도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으로 세율을 변경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명 “임대차 3법을 개정하면서 국회의 의견청취의 과정이 부족했던 것도 의회민주주의인 우리나라의 헌법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덧붙였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