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타운 자처하는 과천시?…자족용지 버리고 주택공급[이유정의 부동산 디테일]

입력 2021-06-06 07:56
수정 2021-06-06 13:26
지난해 8월 정부와 여당이 발표한 정부과천청사 부지의 4000가구(임대주택 포함) 공급 계획이 지역주민 반발로 무산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경기 과천시 내 공급대책 변경을 통해 당초 계획(4000가구)보다 많은 43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체부지로 앞서 발표한 과천지구내 자족용지를 활용하기로 하면서 과천시의 베드타운 극복이 더 요원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정과 과천시는 지난 4일 지난해 ‘8·4대책’에서 발표한 과천 정부청사 공급방안을 수정하는 내용의 협의안을 발표했다. 협의에 따라 과천청사 부지 대신 과천지구와 추가 유휴부지를 활용해 43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중규모 택지인 과천지구 내 자족용지를 주택용으로 전환해 3000가구를, 그외 대체지에서 1300가구를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공급대책에서 과천 청사부지에 4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과천 시민들이 “청사 부지는 모든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원으로 개발돼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중재안이 마련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 등 관계기관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이 제시됐다”며 “공급대상 부지는 바뀌었지만 규모는 늘어난 만큼 주택시장 안정이라는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수정안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정책신뢰도를 떨어뜨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가 심사숙고를 거쳐 발표한 공급대책이 지역주민 반발에 흔들리는 모양새여서다. 지역민 반발이 불거진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과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을 포함해 수도권 주요 부지에서도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별도로 과천지구 자족용지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는 게 과천시민들 입장에서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국토부는 앞서 2018년12월 3기 신도시 대상지를 발표하면서 과천지구 전체 면적의 47%를 자족용지(약 36만㎡)로 조성하기로 했다. 주거시설 대비 일자리 등 자족기능이 부족한 과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자족용지는 신도시 또는 택지개발지구의 자족기능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용지로 도시형공장 벤처기업집적시설 소프트웨어진흥시설 연구소 일반업무시설(오피스 제외) 등을 설치할 수 있다.

당초 자족용지로 예정됐던 부지에 주택이 공급돼 과천의 자족기능 확충이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발표로 과천지구내 주택은 당초 7000가구에서 1만 가구로 늘어나게 됐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과천지구 자족용지에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자족기능을 강화해 베드타운화하지 않겠다는 3기 신도시의 전체적인 콘셉트와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며 “신규 공급 부지를 어디로 정하느냐에 따라 인접 지자체의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천지구내 자족용지는 지자체 요청으로 처음부터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로 설정됏다”며 “계획을 바꿔도 다른 3기 신도시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