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접종 후 타이레놀 없으면…써스펜·게보린·펜잘큐 복용도 괜찮아

입력 2021-06-04 17:50
수정 2021-06-11 16:13

지난 3일 기준 708만 명이 넘는 국민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았습니다. 국민 13.8%가 백신을 접종한 셈인데요, 보건당국이 백신 접종 장려책을 내놓으면서 접종 속도에도 가속이 붙었습니다. 예비군과 민방위 및 군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얀센 백신 예약은 한때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온라인 접속이 지연되기도 했습니다.

백신 접종을 예약한 뒤 접종일을 기다리는 사람이 늘어난 만큼 해열진통제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뜨겁습니다. 최근 화두는 아무래도 ‘타이레놀’일 것입니다. 질병관리청은 접종 후 발열 등 부작용이 있을 때 해열진통제 복용을 권고하면서 타이레놀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이 영향으로 일선 약국에선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죠. 이후 보건당국은 타이레놀 대신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로 권고를 수정했습니다. 제품명이 아니라 성분명으로 바꾼 겁니다. 그렇지만 해열진통제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과연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어떤 진통제를 먹어야 하는 걸까요.

먼저 보건당국이 타이레놀을 직접 지칭했던 까닭을 알아보겠습니다. 한국존슨앤드존슨이 판매 중인 타이레놀은 국내 일반의약품 진통제 시장 1위로 인지도가 높을 뿐 아니라 다른 부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순수’ 아세트아미노펜 제제입니다. 아세트아미노펜뿐이기 때문에 체내에서의 약리작용을 추측하기 쉽지요. 또 타이레놀은 임신부가 복용해도 될 만큼 안전성이 좋은 약입니다.

보건당국이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를 권한 이유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입니다. 지난 3월 WHO는 이부프로펜 계열 진통제의 항염증 효과가 코로나19 백신의 항체 형성을 억제할 수 있어 복용을 삼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지침 때문에 영국과 유럽에서도 접종 후 해열진통 증상이 생기면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제제만 복용하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를 검색해본 소비자라면 약간 혼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외에 다른 성분이 섞여 있는 해열진통제가 많기 때문입니다. 약국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로는 타이레놀 외에도 ‘써스펜’ ‘게보린 쿨다운’ ‘펜잘큐’ 등이 있습니다. 써스펜은 아세트아미노펜 순수제이며, 게보린 쿨다운과 펜잘큐는 아세트아미노펜 복합제로 통증을 완화해 줄 수 있는 부성분이 포함돼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순수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합니다.

국가별 가이드라인이 서로 다른 것도 해열진통제 논란이 계속되는 까닭입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백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아세트아미노펜뿐 아니라 이부프로펜이나 아스피린, 항히스타민제 등을 복용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아세트아미노펜만 권장한 WHO의 권고와는 사뭇 다릅니다. CDC의 권고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DS)라면 큰 문제가 없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국내 의학·약학계도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진통제로 백신 부작용을 잡을 수 없다면 다른 계열의 진통제를 사용하는 것이 큰 무리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최종 결론은 뭘까요. 한국병원약사회는 전문가 집단 의견을 수렴해 다음주 아세트아미노펜 외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온 국민이 믿고 따를 수 있는 명쾌하고 합리적인 권고안이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