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사진)은 4일 “보증보험 시장의 독과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이날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규제학회와 공동으로 연 학술대회에서 “외환위기 당시 보증보험 시장에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정부는 공적자금을 안정적으로 회수하기 위해 신규 허가를 제한해 왔다”며 “이후 독과점 구조가 유지되면서 높은 보험료 및 상품·서비스 개선 유인 부족 등의 문제점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올해 연구용역 등을 통해 보증보험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를 발굴하고 내년에 부처 협의를 통해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조 위원장은 또 “경쟁을 해치는 규제를 발굴해 개선하는 것은 사후적인 시정조치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올해 사업 활동과 국민 생활에 부담을 야기하는 규제 등 47개 세부 과제를 선정해 소관 부처와 협의하에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증보험 시장은 서울보증보험이 독과점하고 있는 분야로 손해보험사 등 민간보험 업계는 시장 개방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공정위도 수년 전부터 이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제도 개선의 속도를 내지 못했다. 보증보험 시장을 민간에 개방할 경우 서울보증보험의 수익성이 악화돼 공적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서울보증보험은 외환위기로 대한보증보험과 한국보증보험이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자 통합돼 1998년 탄생한 회사다. 당시 약 11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양기진 전북대 교수는 ‘보험시장 개방 관련 쟁점 검토’ 발표문에서 “보증보험 시장을 개방할 때 다양한 상품이 나오고 보험료율이 하락하는 등 소비자 후생이 증가할 것”이라며 “소비자 후생은 높이되 단계적으로 시장을 개방해 충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2017년 주택 분양보증 부문에서도 국토교통부 산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시장을 독점하는 문제를 경쟁 제한적 규제로 지목했다. 그러나 아직 주택 분양보증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독점하고 있고 주택보증은 주택도시보증공사, 주택금융공사, 서울보증이 과점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공공기관이 독점적으로 맡아 온 검사·인증 업무를 민간에 확대하는 방안 등도 논의됐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