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사망' 공군 중사 母, '울지마' 노랫말 언급하며 절규

입력 2021-06-04 17:13
수정 2021-06-04 17:15


'공군 성추행 사망' 사건의 피해자 고 이 모 중사 사건의 파문이 확산하는 가운데 유족이 국방부 장관에게 특정 가요를 언급하며 오열했다.

충청남도 서산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 이 중사는 지난달 22일 성추행 피해를 폭로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유족들은 공군의 조직적인 회유와 은폐 시도가 딸을 끝내 죽음으로 몰아간 것이라고 호소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 안치된 이 중사의 주검 앞에 서서 애도를 표하자 이 중사 어머니는 "동료들이 이곳을 찾고 싶어도 쉬쉬하는 국방부 때문에 못 온다"며 "찾아올 수 있게 해달라"고 오열했다.

이어 "딸이 좋아하는 '브로콜리 너마저' 노래가 있는데 이 노래 가사를 보면 딸이 당시 느꼈던 심경을 추측해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울지마'의 노랫말을 보면 "울지마 / 네가 울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 작은 위로의 말이라도 해주고 싶지만 / 세상이 원래 그런 거라는 말은 할 수가 없고 / 아니라고 하면 왜 거짓말 같지 / 뭐라도 힘이 될 수 있게 말해주고 싶은데 / 모두다 잘 될 거라는 말을 한다고 해도 / 그건 말일 뿐이지 그렇지 않니 / 왜 잘못하지도 않은 일들에 가슴 아파하는지 / 그 눈물을 참아내는 건 너의 몫이 아닌데 / 왜 네가 하지도 않은 일들에 사과해야 하는지 / 약한 사람은 왜 더 / 모두다 잘 될 거라는 말을 한다고 해도 / 그건 말일 뿐이지 그렇지 않니"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유족 측에 따르면 이 중사가 성추행을 신고하자 상부 간부들은 "신고가 이뤄지면 회식 때문에 여러 사람이 다칠 수 있다", "가해자의 인생을 생각했을 때 한 번 용서해 주는 것이 어떻겠냐" 등의 회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하자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이 '공군 성추행 사망' 사건에 사과하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 총장은 4일 문자메시지를 통해 낸 입장문에서 "일련의 상황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2021년 6월 4일부로 사의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사과드린다"며 "무엇보다도 고인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족분들께는 진심 어린 위로의 뜻을 전해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픔과 상처가 조속히 치유되길 바라며, 공군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유족에 따르면 이 중사는 지난 3월 2일 선임 부사관 A 중사의 압박에 회식에 참석했다가 귀가하는 차량 뒷자리에서 강제추행을 당했다. 이 중사는 즉각 항의하고 상관에게 성추행 사실을 신고했지만, 상관들은 "없던 일로 해주면 안 되겠느냐" 등의 말로 회유를 시도했다.

이 총장은 성추행 사건 발생 43일 만인 4월 14일 처음으로 관련 보고를 받고도 이 중사 사망 3일 후인 5월 26일에 서 장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져 은폐 의혹을 받았다.

가해자로 지목된 A 중사는 뒤늦게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