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없이 콘서트장에서 방방 뛰던 때가 있었다니, 꿈만 같죠."
코로나19 초반에는 금방 지나갈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공연이 하나씩 취소되면서 불안감이 급습했다. 어느 순간 대면 콘서트는 '무모한 시도'라는 낙인이 찍혔다. 1년 넘게 이어진 전염병의 공포는 공연업계의 숨통을 조여오기 시작했다. 생사를 오가며 힘겹게 버텨온 끝에 공연계는 이제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 시국에 맞게 기존의 운영 방식을 뜯어고치고, 철저한 방역 계획을 세워 '과감한 시도'를 할 채비를 마쳤다.
지난 3일까지 국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1차 접종률은 전체 인구 대비 13.8%를 기록했다. 정부는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접종자에 한해 7월부터 야외에서 '노마스크'가 가능하고, 실외 다중이용시설이나 정규 종교활동 시 인원 제한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하는 '파격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일상 회복을 염원하는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간절한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항공, 여행, 외식업 등이 극심한 위기를 맞았다. 해당 업계 종사자들의 일상은 한순간에 파괴됐다. 대중문화 범주에서는 관객들과 만나 소통하며 현장감을 강조하는 공연 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음레협)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국내 대중음악 공연의 피해 건수는 1089건에 달한다. 피해 추정액만 1840억 원으로 추정된다. 탄탄한 글로벌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기획사들은 온라인 공연으로 새 활로를 모색했지만, 중소 기획사나 인디 뮤지션들에게는 이 또한 '그림의 떡'일뿐이었다.
이에 대중음악 공연계는 꾸준히 방역수칙에 근거해 공연을 재개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해 정부에 호소해왔지만, 뮤지컬·연극 관람이나 영화 상영이 이루어지는 것과 달리 매번 연기와 취소의 벽에 부딪혀야만 했다. 그렇게 1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면서 피해 범위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이제 공연계는 '회복'에 나서려 하고 있다. 대형 콘서트와 야외 페스티벌 등이 오프라인 개최를 결정하고 있는 것.
공연기획사 민트페이퍼는 오는 26~27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뚝 끊겼던 '봄·여름 공연의 꽃' 야외 페스티벌이 다시 스타트를 끊는 셈이다. 이는 지난 2019년 10월 열린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이후 약 1년 8개월 만이다. 올 들어서는 최초로 진행되는 대형 오프라인 공연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기존의 방식을 대폭 수정한 점도 인상적이다. '뷰티풀 민트 라이프'는 여러 스테이지를 오가던 평소와 달리 관객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 1개의 스테이지에서만 공연을 진행한다. 또 스탠딩존을 없애고 관객을 예년의 40% 수준으로만 받는다. 더불어 인근 KSPO돔을 거대한 방역센터로 바꿔 QR 체크와 체온 측정을 진행하며, 국내 공연 최초로 10분 내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신속항원키트를 통한 자가진단까지 도입한다.
전 국민을 들썩이게 한 트로트 콘서트도 재개된다. '미스터트롯 TOP6 전국투어 콘서트', '전국 트롯체전 대국민 희망콘서트'가 각각 6, 7월 중 투어를 시작한다. 이 공연들 또한 철저한 방역지침 준수하에 오프라인으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오는 26일 개최되는 드림콘서트는 온라인으로 개최하지만,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오프라인 공연도 병행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방탄소년단 또한 데뷔 8주년 기념 공연 개최 소식을 전하며 온라인 진행을 기본으로 하지만 "지자체의 공연장 방역수칙에 따른 객석 간 거리두기 지침이 마련될 경우 오프라인 공연을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오프라인 공연의 포문을 여는 위 공연들의 성공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연이 안전하게 마무리되면 국내 콘서트 개최에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각종 사례가 나오고 있다. 영국의 최대 음악 시상식인 '브릿 어워즈'는 마스크 착용·거리두기 없이 4000명 앞에서 오프라인 공연을 해 화제를 모았다. 미국에서는 록그룹 틴에이지 보틀로켓이 오프라인 콘서트를 개최하면서 안전을 위해 티켓 가격에 무려 55배의 차이를 두는 '백신 인센티브'를 적용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공연업계 관계자는 "종사자들은 물론 공연 산업의 생사가 걸린 문제다. 1년 넘게 취소와 연기, 기다림이 반복되면서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업계를 이탈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특히 공연 쪽에는 프리랜서들이 많은데 그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지옥이나 다름없다"면서 "계속된 정체는 결국 산업 전반을 위태롭게 만든다. 무조건 차단하기보다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공연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밝혔다.
연예 기획사 관계자 또한 "컴백을 해도 앨범만 낼뿐, 가능한 대면 활동이 전무하다 보니 아티스트들이 느끼는 심적 압박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대안으로 콘텐츠 제작 및 SNS 활동에 주력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