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하지 말걸…" 숨진 성추행 피해 공무원 생전 글 보니

입력 2021-06-04 15:39
수정 2021-06-04 17:16


세무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상사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한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과거의 쓴 글과 2차 가해 흔적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숨진 세무공무원 A 씨는 2017년 11월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인천 지역 세무서 성추행 사건 피해자였다. A 씨는 상사인 B 씨가 팀 회식에서 성희롱성 발언을 하고 "우리 집사람 생각이 난다"며 허벅지를 만지고, "오빠가 인사 잘 봐줄게, 내가 너 탄탄대로 걷게 해주겠다"고 귓속말을 하면서 피해자 본인 주요 부위에 A 씨의 손을 끌어다 놓았다며 고소장을 접수했다.

고소장 접수에 앞서 A 씨는 상사 B 씨에게 사과를 요청했지만, "증거가 있냐"고 응수했고, 기관장은 "과장이 널 아꼈다"고 말해 내부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가 시작되자 A 씨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부인했고, 오히려 피해자에게 "무단결근을 하는 등 근무태도가 좋지 않은 A 씨가 징계를 피하기 위해 나를 음해하는 것 같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A 씨는 2017년 11월 10일, 이 과정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세히 게재했다. A 씨는 "몇 번을 도망갔는데도 따라와서 볼을 비볐다", "'너 탄탄대로 걷게 해준다'며 XX 여자 끌어안듯 했다"면서 당시 느꼈던 불쾌함과 모멸감을 전했다.

뿐만 아니라 2차 가해로 피해를 입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A 씨가 공개한 문자메시지 캡처에는 "그 여자가 (피해를 입었다고) 떠들고 다니는데 확인 안 되고 사무실 출근도 안 하고 전과 16범이라네요 과장님 좋은 분인데 맘고생으로 살이 쪽 빠졌대요"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후 2018년 9월 A 씨는 '성범죄 피해자로서 남기는 글'이라며 "직장에 복귀하는 건 사실상 포기했으며 주위 사람은 절 떠났고 사람들로부터 '네가 똑바로 처신 못 해서 그런 거 아니냐'는 소리를 귀에 박히도록 들었다"면서 1년이 지난 시간이 흐른 후에도 회사 생활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임을 밝혔다.

B 씨에 대해서는 "완강한 부인 끝에 거짓말 탐지기까지 받고 나서야 기소됐고 그는 아직도 어깨만 쓰다듬으면서 격려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냥 내가 참고 넘어갔어야 했나 자책한 적도 많고 자살 충동은 수도 없이 느꼈다"고 괴로움을 호소했다.

A 씨의 죽음은 유튜브 채널 '클린어벤져스'를 통해 알려졌다. A 씨는 과거 클린어벤져스를 통해 성추행 피해 사실을 고백하며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 엉망이 된 집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낸 바 있다.

클린어벤져스 측은 A 씨에 대해 "반려동물을 사랑하고 남에게 피해끼치기를 극도로 싫어했으며 저희가 아는 누구보다 착하고 여리신 분"이라고 밝히면서 "고인을 이렇게 비극으로 만들어 놓은 해당 피의자는 아직도 고위직 공무원으로 떵떵거리며 잘살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B 씨는 A 씨에 대한 강제 추행 혐의로 재판에서 벌금 250만 원을 선고받았다. 직장에서는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지만 현재 복직해 근무 중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