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기업 비중 역대 최고치…4곳 중 1곳은 손해봤다

입력 2021-06-03 12:00
수정 2021-06-03 13:06

지난해 기업 네 곳 가운데 한 곳 꼴로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가계가 지갑을 닫으면서 호텔·식음료업체들이 무더기 손실을 낸 영향이 컸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20년 기업경영분석'을 보면 지난해 말 이자보상비율이 0% 미만인 기업(영업적자 기업)은 조사 대상 기업의 25.2%로 2019년 말보다 4.1%포인트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이자보상비율 0% 미만 기업 비중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3년 말 이후 가장 컸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이 비율이 0%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적자를 냈다는 의미다. 100% 미만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못갚다는 뜻이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 비중은 지난해 말 34.5%로 2019년 말보다 3.5%포인트 상승했다. 역시 통계를 집계한 2013년 후 최고치다. 이번 조사는 12월 결산 비금융 외부감사법인인 2만5871곳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적자를 내는 기업이 불어난 것은 작년 코로나19 사태가 적잖게 작용한 결과다. 코로나19로 세계 각국 공장이 가동을 멈추면서 수출길이 좁아들었고, 그만큼 수출기업이 타격을 받았다. 여기에 가계도 바깥 출입을 삼가고 씀씀이를 줄이면서 내수기업 실적도 훼손됐다.

숙박업종의 지난해 말 이자보상배율은 -113.38%로 2019년 대비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영업이익률은 -3.84%를 기록했다. 영업손실을 냈다는 뜻이다. 숙박업으로 분류되는 호텔롯데는 별도기준으로 지난해 260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호텔신라 (영업손실 1760억원) 한화호텔앤드리조트(영업손실 774억원) 파르나스호텔(영업손실 175억원) 용평리조트(영업손실 67억원) 등도 줄줄이 적자를 냈다.

정유기업들도 지난해 혹독한 한해를 보내면서 석유정제업종의 이자보상배율은 -794.16%를 기록했다. SK에너지(영업손실 1조9434억원) 에쓰오일(영업손실 1조1005억원) GS칼텍스(영업손실 9963억원) 현대오일뱅크(영업손실 5933억원) 등은 지난해 국제유가 하락으로 제품판매이익이 줄면서 5000억~2조원 규모의 손실을 냈다.

조사 대상 기업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2% 줄었다. 2019년(1% 감소)에 이어 2년 연속 매출이 쪼그라 들었다.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등 시장금리가 갈수록 오르고 있는 만큼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재무구조가 나쁜 기업의 영업여건은 더 험난해질 전망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