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가 국회의원이 발의하는 법률안을 사전에 검토해 현실적·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법안을 걸러내기 위한 사전검토제 도입을 추진한다. 입법에 따른 부작용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의정활동 평가에서 좋은 점수만 받으면 된다는 식의 ‘묻지마 입법’을 막고, 법리의 적합성 및 관련 부처 간 이견 여부를 살펴 현실성 있는 입법을 하기 위한 조치다.
3일 정부에 따르면 법제처는 ‘의원 발의 법률안에 대한 사전검토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법제업무 운영규정 개정안을 전날 입법예고했다. 부처 간 협의가 원만하게 끝나면 이르면 올해 하반기 대통령령인 법제업무 운영규정 제11조 4에 이 내용이 들어가게 된다.
현재 법제업무 운영규정에는 의원 발의 이후 기관 간 이견이 발생했을 때 이를 해소할 방안이 담겨 있다. 이에 따르면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에서 부처 간 의견이 대립하면 법령안을 주관하는 기관장이나 의원 발의 법률안 소관기관의 장 등이 나서서 법제처장에게 이 사안을 정부입법정책협의회에 상정해 조율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사전검토제가 도입되면 법제처가 정부입법정책협의회 상정을 요청할 필요 없이 사전에 능동적으로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할 수 있게 된다. 당정 협의로 발의된 법안을 두고 부처 간 이견이 첨예할 것으로 예상되거나 현행법과 상충하는 경우 법제처는 이를 조율해 수정을 추진하게 된다.
정치권은 법제처의 이 같은 움직임에 반발하는 분위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의원입법 발의는 기존 법률에 맞춰 합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법제처의 의원 발의 사전검토제는 헌법에 보장된 국회의 입법권을 명백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