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농지 투기 사건이 적발된 이후 농지 거래가 오히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투기 적발에 대한 우려보다는 우량 투자처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수요가 확대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농지법 개정 등으로 농지 거래가 까다로워지기 전 마지막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3일 통계청과 한국부동산원의 월별 지목별 토지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 3월 논과 밭 등 농지 거래량은 8429만4000㎡로 전년 동월 대비 44.7% 증가했다. 2006년 3월 이후 15년 만에 최대치다. 2월 5617만㎡에 비해서는 50.0% 늘었다. 월간 농지 거래량이 8000만㎡를 넘은 것은 2006년 3월과 12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였다.
지난 3월 2일 참여연대가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제기하며 LH 사태가 촉발됐지만 농지 투자는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공교롭게도 LH 직원 투기와 연관된 지역의 거래가 많았다. 전남의 농지 거래량이 1397만㎡로 가장 많았다. 투기 혐의가 드러난 광주전남지역본부가 있는 곳이다. 시흥·광명 신도시가 들어서는 경기도의 거래량이 1319만㎡로 뒤를 이었다.
4월 거래량은 7434만㎡로 3월에 비해 소폭 감소했지만 이는 농사가 시작되면 거래량이 줄어드는 계절적 영향으로 분석된다. 4월 거래량을 기준으로는 이 역시 2008년 이후 13년 만에 최대치였다. 농림지역의 지가 상승률은 3월 0.293%, 4월 0.279% 등으로 201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LH 사태 이후 농지 투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확대됐지만 거래량과 가격 등 거래지표는 오히려 치솟고 있는 셈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H 사태가 불거지면서 농지가 투자처로 좋다는 점이 오히려 부각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LH 직원들이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투자할 정도로 돈이 된다는 점이 알려지게 됐다는 것이다. 주택 거래 규제가 강화된 풍선효과라는 해석도 있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9월부터 농지 거래가 확대되는 추세였다”며 “LH 사태와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로 설명하기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농지법 개정으로 인한 규제 확대 이전에 막차를 타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LH 사태 이후 정부는 농지법을 개정해 농지의 취득과 소유 조건 등을 까다롭게 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농업경영계획서상 직업과 영농경력 표기가 의무화되고 주말농장용으로 농지를 사들일 경우에도 체험영농계획서를 내야 한다. 투기 우려지역 농지 취득의 경우 농지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