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리스크'에 테슬라 주가 요동…서학개미도 등돌려

입력 2021-06-03 17:11
수정 2021-06-04 00:47
일론 머스크 테슬라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잇따른 ‘말 폭탄’이 갈수록 논란이 되고 있다. 머스크의 말실수가 테슬라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는 이른바 ‘머스크 리스크’다. 이로 인해 주가 변동성이 커지자 투자자도 테슬라를 외면하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2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경고 서한을 두 차례나 보냈지만, 머스크의 행동을 제어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에 ‘테슬라를 상장폐지하겠다’(2018년 8월), ‘테슬라 주가가 너무 높다’(2020년 5월) 등 폭탄 발언을 남겼고 그때마다 주가는 요동쳤다. SEC는 머스크를 증권사기 혐의로 고소하고, 트윗을 올리기 전 회사의 점검을 받으라는 지적도 했지만 그의 기습 발언은 계속되고 있다. 시장에서 “테슬라의 가장 큰 리스크는 바로 CEO인 일론 머스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머스크는 최근 비트코인, 도지코인 등 암호화폐를 띄우는 트윗을 연달아 올리며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머스크가 트위터에 해당 코인을 언급하면 순식간에 10% 이상 급등하는 식이다. 그러다 지난달엔 ‘비트코인을 통한 차량 구매 결제를 중단한다’는 트윗을 게재해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였다. 투자자의 항의가 이어지자 머스크는 ‘잠재적으로 유망하다’는 정반대 트윗을 올렸다.

머스크는 2일엔 ‘아기 상어가 모두를 이겼다. 세계 인구보다 조회 수가 많다’는 트윗을 남겨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로 인해 아기 상어 콘텐츠 등을 제작하는 스마트스터디의 2대 주주 삼성출판사 주가가 당일 6.2% 뛰었다.

‘서학개미’들은 변동성이 커진 테슬라 주식 대신 다른 대형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4월 국내 투자자의 테슬라 순매수 금액은 해외 주식 중 가장 많았다. 하지만 지난달 순매수 금액은 8080만달러(약 894억원)로 아마존에 밀려 처음으로 2위로 내려갔다.

테슬라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전날보다 3.01% 하락한 605.12달러로 마감했다. 연초 장중 한때 9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지만 차량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와 머스크 리스크에 등락을 반복하다 최고점 대비 30% 하락한 수준까지 밀렸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