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4G 정상회의 개회식 영상에 삽입돼 논란이 일었던 ‘평양 위성사진’의 원본 제목에도 ‘평양’이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부가 앞서 내놓은 “해당 업체의 실수”라는 입장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실이 3일 외교부 P4G정상회의 준비기획단으로부터 유선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해당 업체가 구매했다는 사이트에 올라온 평양 위성사진의 원본 제목은 ‘지구 궤도에서 동아시아의 북한 평양으로의 줌인(Zooming in from earth orbit to Pyongyang North Korea in East Asia)’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2일 기획단은 이 업체가 해당 사이트에서 ‘코리아’, ‘지구’, ‘위성 사진’이라는 3개의 단어를 검색해 나온 영상 중 조회수가 가장 많은 것을 구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사이트에서 개회식 영상에 나왔던 평양 능라도 위성 사진은 ‘코리아 위성 지구(korea satellite earth)’를 검색하자 여섯번째에 등장했다. 이 영상은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부터 평양 능라도까지 확대된 다음 다시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까지 ‘줌 아웃’되는 형태로 진행된다.
능라도 영상은 개회식 전날인 최종 리허설 때 처음 상영됐다. 지난달 25일 열린 실무 리허설 당시 재생된 영상에는 평양 위성사진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후 열린 실무 점검 때도 해당 영상은 포함되지 않았다. 평양이 버젓이 등장한 이 영상은 지난달 29일 오후 7시에 열린 최종 리허설에서 처음 상영됐다. 기획단은 앞서 “오류는 행사 직전까지 세부사항을 편집·수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며 “해당 오류는 최종 리허설시 처음 상영된 것으로, 순식간에 지나가는 해당 부분을 식별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 업체는 외교부로부터 3850만원을 받았다. 외교부는 이번 행사를 행사준비 전문대행업체인 A사에 47억8500만원을 지급하고 계약을 맺었다. A 업체는 다시 전문 영상제작 업체 B사에 3850만원을 주고 외주를 맡기는 형태로 계약이 이뤄졌다. ‘외교 참사’라는 비판을 받은 이번 영상에 4000만원 가까운 국민 세금이 투입된 것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1일 외교부·환경부 사후 합동브리핑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유치한 가장 큰 정상회의 개회식 영상을 사전에 확인하지 않은 문제도 있다’는 기자의 지적에 “우리 준비기획단의 그런 실수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처음으로 유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앞서 외교부가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밝힌 해당 외주 업체에 대한 조치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허 의원은 “‘의전 참사’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대국민 사기극’이었다”며 “"애초부터 ‘평양 위성영상’으로 판매되는 자료를 써 놓고 ‘서울인 줄 알았다’는 뻔뻔함은 외교부가 국민을 어떻게 보는지 알 수 있는 대목”고 말했다. 이어 “이름부터 ‘평양 영상’인 화면을 서울 인 줄 알고 썼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발생할 수가 없는 실수”라며 “행사 전날 갑자기 등장한 ‘평양 영상’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문재인 정부는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