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책에 재판을 뒤집을 증거나 항변이 있다면 조범동과 정경심이 지금 감옥에 있겠는가. 재판 결과로 실의에 빠져 있을 신도들을 묶어 세울 연민을 자아내는 통곡과 악마 윤석열에 대한 증오심, 나아가 셀프성자화로 채웠으리라." - 권경애 변호사의 SNS 중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최소한의 방어라며 발간한 책 '조국의 시간'은 8개 장으로 구성돼 있다.
조 전 장관은 "검찰 개혁을 위해 법무부 장관을 수락했다"면서 "그때부터 검찰과 언론의 공격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는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심서 유죄 판결을 받고 법정구속 되자 SNS에 남긴 "제가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면서 이런 시련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되었다"는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조 전 장관은 웅동학원 허위 소송 의혹과 딸의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이 뇌물 성격이었다는 의혹 등은 사실이 아니었다며 윤석열 검찰이 자기 가족 전체를 겨냥하는 '멸문을 꾀하는 사냥'을 벌였지만 허위로 판명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모펀드 관련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된 판결문 대목들을 상세히 언급하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아쉬운 점도 있다. 1심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된 부분을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 권경애 변호사는 일부 언론에서 조 전 장관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보도를 한 것과 관련해 2일 "당최 사모펀드가 뭔지 모르는 것인가"라며 "모르면서 검찰의 사냥이니 도륙이니 하는 조국의 말을 그대로 앵무새처럼 읊어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이들의 거짓 선동에 여러 사람이 몇 년째 생고생을 하고 있다"면서 "한동훈 검사도 수없이 늘어놓는 조국 측의 거짓말 때문에 그 진위를 확인할 증거를 수집하려면 추가 수사가 깊어지고 넓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 않았나. 거짓말은 간단해도 그 논박은 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70개 압수수색으로 사냥하고 도륙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모펀드는 펀드 운용사인 코링크PE와 운용사가 운용한 펀드(4개, 레드펀드, 블루펀드, 그린펀드, 배터리펀드), 그리고 각 펀드가 투자한 피투자사(레드펀드-익성과 포스링크. 블루펀드-웰스씨앤티와 IFM, 배터리펀드-WFM)를 총칭한다"면서 "사모펀드 수사는 복잡하게 연루된 관계사와 관련자가 많으니 압수수색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모펀드는 거의 무죄인데, 공모의 핵심인 횡령이 무죄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에는 "차명 투자가 핵심이다. 횡령이 곁가지다"라며 "허위컨설팅이 맞지만, 투자 수익의 실질 때문에 컨설팅비를 횡령죄로 불인정한 것인데, 사모펀드 관련 범죄사실에서 허위컨설팅비 횡령이 핵심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가 설명한 차명 투자는 두 군데다.
권 변호사는 "운용사 코링크PE에 차명투자했다. 조국 계좌의 8,500만 원을 포함해 10억 원을 정광보 명의로 차명 투자했다"며 "그 사안의 유무죄는 아직 시작도 안 한 조국 재판에서 가려진다. 이 차명 투자 10억 원이 공직자윤리법상의 백지신탁거부죄, 허위신고에 의한 위계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는지가 법적 쟁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국 측은 코링크PE와 별도로 14억 원을 블루펀드에 넣고 그 자금은 돌고 돌아서 피투자사 WFM에 들어가는데, 조국 측이 WFM에 차명 투자한 건 정경심 재판에서 유죄를 받았다"면서 "블루펀드 자금 10억 원도 WFM 사는 데 사용했다. 그러니까 WFM도 코링크PE 실질 소유주인 조국 측이 산 회사니까 실질적으로 조국 측 소유다. 조범동은 1조 자리 회사로 키워주겠다고 정경심한테 말했고 정경심은 건물주가 될 꿈에 부풀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국 측은 코링크PE 운영하는 5촌 조카한테서 WFM의 호재성 내부정보를 다 빼서 들었고, 그때마다 미용실 원장, 조국 팬클럽 회장 차명으로 WFM 주식을 막 사 모았고, 다시 내다 팔아서 차익을 챙겼다. 자본시장법상의 미공개정보 이용과 불법수익은닉, 금융실명법 위반등의 죄다"라며 "이래도 조국 측의 사모펀드는 무죄라고 할텐가. 관여 안 했다고 할 텐가"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WFM의 우국환 사장이 코링크PE 에 경영권을 넘기면서 53억 원 상당의 주식을 공짜로 받았다"라며 "한동훈 검사는 '뇌물죄로 기소하진 않았지만, 당시 이 사람들이 받은 특혜성 투자 기회의 성격도 논란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직무 관련성 입증이 어려웠던 거다"라고 비판했다.
권 변호사는 "김학의 성 접대와 대가의 직무 관련성을 입증 못 해 기소 못 한 검찰을 비판했던 지지자들은 53억 상당 뇌물죄 불기소는 조국이라 괜찮나"라고 지적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했던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조 전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에 대해 "조 전 장관이 초반에 무리한 거짓말로 음모론을 키운 탓에 수사가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 검사장은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그의 거짓말들이 다 드러났는데도 책에 그런 내용은 하나도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조 전 장관의 거짓말이 없었다면 수사가 이렇게 커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대개 저 정도로 (조 전 장관 아들과 딸 표창장에서 동일하게 발견된) 도장 흔적이 나오고 하면, 보통 사람들은 (표창장) 위조 사실은 인정하고, 동기나 사정을 설명하는 식으로 나온다. 그런데 검찰이 위조했네, 언론이 어쨌네, 이런 식으로 음모론을 제기하면 그걸 하나하나 깨기 위한 추가 수사가 필요해진다. 수사가 넓어지고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책 내용 중 '사모펀드는 조국 펀드도, 권력형 비리도 아니었으며 (조 전 장관 부인인) 정경심 교수가 사모펀드 관련,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적었다는 것과 관련해 "사모펀드가 문제가 없나? 사모펀드와 관련해 핵심인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가 인정돼 (정 교수가) 징역 4년을 선고받은 것 아닌가. 본인은 몰랐다더니, 조 전 장관 돈도 들어가지 않았나. 정경심 교수도 (투자처) 몰랐다고, 블라인드 펀드라고 (거짓말) 하지 않았나? 뇌물죄로 기소하진 않았지만, 당시 이 사람들이 받은 특혜성 투자 기회의 성격도 논란 소지가 있다. 그리고 1심에서 횡령 혐의가 무죄 나온 걸 이야기하던데, 그건 법리상 횡령죄가 안 된다는 것이지, 허위 컨설팅을 통해 돈 받은 건 인정됐다. 팩트가 틀린 것은 없다"고 꼬집었다.
한 검사장은 최근 여러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조 전 장관은 이 책으로 당장 (거짓말을 계속한다는) 비웃음을 살 순 있어도, 나중엔 그런 분위기가 없어지고 책만 남아서 '진실 행세'를 할 것이다. 상식 있는 사람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그런 잘못을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