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한컴그룹 가상화폐 사업, 승부수 통할까 [이시은의 아이큐]

입력 2021-06-03 17:30
수정 2021-06-03 19:30
“아로와나토큰을 통해 금 거래의 대중화와 금 유통 시장의 혁신을 꾀하겠다.”

한글과컴퓨터그룹(한컴그룹)이 3일 ‘아로와나 디지털 골드 바우처 서비스’를 사전 공개하고 서비스 시작 일자를 확정했다. 오는 30일부터 베타서비스를 열어, 알트코인 ‘아로와나토큰’과 실물 금을 교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암호화폐(가상화폐) 투자자들에게 “오너 경영인이 사리사욕을 위해 만든 스캠(사기) 코인이며, 진짜 서비스는 없을 것”이라고 비판받던 서비스가 실제로 등장한 것이다.

앞서 아로와나토큰은 일부 언론의 보도를 시작으로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오너 경영인이 측근을 내세워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사익 편취를 위해 ‘한컴’의 이름값을 팔았다는 것이 요지였다. 하지만 투자은행(IB)업계 일각에선 “과한 해석”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었다. 지분투자를 공개적으로 발표한 상장사가 '사기'를 감행하는 것은 경영진 입장에선 큰 리스크이며, 그룹 사업과 연계할 의도가 더 강했다는 것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대외 공개한 투자를 '한탕'으로 활용하는 것은 결국 드러날 어수룩한 행위"며 "오너 경영인은 현재 본업을 '그룹 2세'에게 맡기고, 암호화폐 관련 사업에 본격 도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한컴그룹의 아로와나토큰 투자는 처음부터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의 관심 속에서 진행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해 6월 금거래소 ‘선학골드유’를 인수한 이래, 그룹은 지속적으로 블록체인 사업과 금거래소를 연계할 수 있는 먹거리를 찾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이후 금을 포함한 대체자산에 시장의 관심도가 떨어지며, 피인수 기업의 활용에 위기감이 커진 점도 한몫했다.

윤성호 전 아로와나테크 대표가 전면에 나서게 된 시기도 이때부터다. 윤 전 대표는 앞서 선학골드유 인수 과정에서 금 관련 전문가로 활약하며, 김 회장과 본격적인 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한컴그룹의 지원을 바탕으로 지난 4월 아로와나토큰을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상장시켰다. 처음부터 그룹 사업 연계를 염두하고 경영진의 '의지'와 함께 움직였던 셈이다.

아로와나토큰의 시세 변동이 컸지만, 이는 굳이 이들만이 겪는 현상은 아니었다. 올들어 1만2000% 폭등한 '도지코인'의 관심 속에서 각종 알트코인은 100~900% 사이의 시세 변동을 겪었다. 신규 코인 '세이프문' 처럼 2만%가 넘는 폭등 사례도 심심찮게 출몰했다. 이들 코인은 대부분 폭락하며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안겼다. 과도한 유동성과 시장 가이드라인 부족이 낳은 결과였다. “정말 금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던 한컴그룹의 입장은 각종 스캠 코인들의 사기 논란과 뒤섞이며 거짓 취급을 받았다.

암호화폐의 투기적 측면이 부각되고 있지만, 반대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해 신사업에 도전하려는 그룹 역시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사태가 혁신을 도모하려는 기업들의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컴그룹이 이번 논란에서 입은 타격을 생각하면, 이젠 억울해서라도 사업을 성공시켜야 할 판이다. 암호화폐 '이더리움' 기반 연계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한 IT업체 대표의 말을 곱씹게 된다. "스캠 코인으로 인해 암호화폐의 '진짜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려는 업체들이 위축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도 제대로 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시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