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해 재워줬는데…' 전 여친 26번 찔러 살해한 30대

입력 2021-06-02 20:19
수정 2021-06-02 20:21

자신의 전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수원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윤성식)은 2일 살인, 절도,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35)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대로 중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7월11일 이 사건 피해자이자 A씨의 전 여자친구인 B씨(당시 33)를 흉기로 26차례 찔러 살해했다.

A씨와 B씨는 2019년 11월부터 2020년 6월까지 교제하다 헤어진 사이다. A씨는 불법 안마시술소에서 팀장으로 일하다 경찰단속에 걸려 도피생활을 하고 있었다.

같은 해 7월10일 오후 8시30분께 B씨의 집으로 찾아간 A씨는 하루만 재워줄 것을 요구했다.

B씨는 A씨의 누추한 행색에 마음이 약해져 그를 자신의 집으로 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A씨는 이튿날 새벽시간대 B씨에게 다시 교제할 것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격분해 부엌에 있던 흉기를 꺼내 들어 B씨의 옆구리, 가슴, 발 부위 등을 총 26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A씨는 B씨의 승용차 키와 신용카드 등도 훔쳐 달아났다.

항소심 재판부는 "26차례 찌르는 등 잔혹한 방법으로 B씨를 살해한 바, 잔혹성이 보이는데 A씨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과연 이 사건 범행에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어 "A씨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는데 여러 가지 사정들을 판단하건데 이는 반사회성, 충동성, 자기중심성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연민을 느껴 호의를 베푸는 B씨의 선행에 비춰보면 A씨의 엄벌은 불가피하다"며 "다만, 살인을 계획하거나 의도한 것으로 보이기 어렵고 또 충동적 폭발에 따른 심리상태에서 B씨를 살해한 것으로 판단되는 등 이는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된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검찰과 A씨는 각각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를 제기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