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접종 혜택 제동 건 선관위…"내년 지방선거에 영향"

입력 2021-06-02 17:37
수정 2021-06-03 00:38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방자치단체들이 제공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인센티브’에 제동을 걸었다. 공공시설 이용료 할인, 스포츠 경기 무료 관람권 제공 등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인센티브가 내년 지방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일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성남시는 지난달 31일 “백신 1차 접종을 마치고 2주가 지난 시민을 대상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위탁 운영하는 헬스장·수영장·골프연습장 등 공공 체육시설 20여 곳의 이용료를 50% 할인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은수미 시장이 구단주인 성남FC의 축구 홈경기 관람료를 면제해주는 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성남시는 이런 접종 인센티브를 하루 만에 보류했다. 성남시 중원구 선관위가 성남시에 “공공시설 이용료 할인 혜택을 제공할 근거 조항이 없어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란 정치인 등이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사람이나 기관·단체·시설에 대해 금전 등 기타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약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내년 6월에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안양시도 백신 접종 완료자에게 FC안양 경기 무료 입장권을 제공하는 안을 검토했지만 보류했다.

선관위가 문제 삼은 것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주체다. 선관위 관계자는 “성남FC나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지자체와 별개 기관이기 때문에 은수미 시장 명의로 인센티브를 발표하면 선거법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며 “기관 자체 명의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성남FC는 선관위의 권고대로 백신 접종 완료자에게 K리그 홈경기 무료 관람권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방역당국은 이달 4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AZ), 얀센 코로나19 잔여백신을 만 60세 이상 고령층에 우선 배정하기로 했다. 지금은 30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위탁의료기관에 전화하거나 방문해 AZ 백신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지만, 4일부터는 60세 이상에게 잔여백신 접종 우선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얀센 백신 잔여 물량도 60세 이상이 우선 접종받을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일반 국민은 네이버·카카오를 통해서만 잔여백신을 예약할 수 있다. 다만 고령층이 접종 의사를 밝히면 이들에게 먼저 물량이 돌아가는 만큼 일반 국민이 맞을 수 있는 잔여백신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