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엔텍·서린컴퍼니·스페스…61개 中企 중남미 시장 공략

입력 2021-06-02 17:08
수정 2021-06-03 02:02

샤워기 제조업체인 케이엔텍의 구창일 대표와 직원들은 지난 1일 저녁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중남미 지역 바이어들과 밤샘 상담을 했다. 수돗물의 염소 성분을 제거하는 기능성 샤워기 헤드를 만드는 이 회사는 고급 생활용품을 취급하는 브라질 유통업체 P사의 눈에 띄었고, 현재 P사 요청으로 가격 견적을 보낸 상태다. 구 대표는 “코로나 사태로 시장 개척이 더 어려워진 중남미 시장 진출의 단초를 찾았다”고 말했다.

케이엔텍을 포함해 화장품, 생활용품, 식품 등을 만드는 국내 61개 중소기업이 지난 1~2일 남미 콜롬비아에서 제품 수출을 위한 온·오프라인(O2O) 전시·상담회에 참여했다. 한국무역협회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 이번 전시회는 콜롬비아 보고타의 전시장에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전시한 뒤, 개별 기업 직원들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나 자택에서 현지 전시장을 찾은 중남미 바이어들과 화상 상담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현지 전시장에는 콜롬비아를 비롯해 멕시코, 브라질, 칠레 등 17개국 200여 개 업체 바이어와 일반 소비자들이 방문해 ‘K프로덕트’ 인기를 실감케 했다.

상담회에 참여한 국내 기업들은 “해외 바이어들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상담 하루 만에 수출 계약을 확정한 곳도 있다. 화장품 제조업체인 서린컴퍼니 직원들은 1일 저녁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중남미 지역 바이어들과 릴레이 수출 상담을 한 뒤, 칠레의 대형 유통사와 2만5000달러 규모 초도 계약을 맺었다. 현지 업체가 화상 상담을 하기 전 무역협회를 통해 이 회사 제품 정보를 상세히 파악해 둔 터여서 수출 논의가 빠르게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의 권태형 해외영업팀장은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와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했지만 중남미 시장은 코로나 문제로 엄두를 내지 못하던 중 기회를 얻었다”며 “올해 목표인 1000만달러 수출도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헤어팩, 헤어세럼 등을 생산, 수출하는 스페스도 콜롬비아 바이어 등과 수출 계약을 기대하고 있다. 권순욱 스페스 이사는 “멕시코 멕시칼리에 이미 수출 거점을 만들어둔 터여서 이번에 중남미 바이어들과 집중 상담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무역협회는 310종의 국내 중소기업 제품 1만1500개를 두 달 전 콜롬비아로 발송했다. 4000㎡ 규모 전시장 부스도 차렸다. 부스 운영 및 제품 설명, 샘플 판매 등은 현지 전문 판매사원(MD)들이 한국 기업을 대신했지만, 깊이 있는 상담은 각 부스에 차려진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한국에 있는 수출기업 담당자와 소통할 수 있게 꾸몄다.

협회는 작년부터 온·오프라인을 융합한 전시회를 세계 각국에서 꾸준히 열고 있다.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O2O 전시회를 연 게 시초다. 당시 국내에서 두피케어 제품을 만드는 루토닉스가 중동의 전자제품 유통점인 샤라프DG와 수출 계약을 맺자 협회에선 “국내 중소기업 진출이 어려운 나라에 전시회를 늘리자”고 계획했다.

최근 한류 열풍과 더불어 ‘메이드 인 코리아’의 위상이 글로벌 시장에서 높아진 점도 기회가 됐다. 협회는 이번 전시회에 그치지 않고 러시아 모스크바(8월), 두바이(11월)에서 O2O 전시회를 더 열 계획이다. 김현철 무역협회 글로벌마케팅본부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 주요 온라인 플랫폼과 협력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