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취임 한 달을 맞은 2일 '조국 사태'와 관련 "국민과 청년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여당 소속 지자체장의 성 비위에 대해서도 "피해자와 국민께 너무나도 깊은 상처와 실망을 남긴 점, 두고두고 속죄해도 부족하다"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반성의 진정성도, 실천 의지도 찾아볼 수 없는 악어의 눈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송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심경청 프로젝트 결과 보고회에서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바로 세우겠다"며 이렇게 사과했다. 송 대표는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면서 공정과 정의를 누구보다 크게 외치고 남을 단죄했던 우리들이 과연 자기 문제와 자녀들의 문제에 그런 원칙을 지켜왔는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586'을 저격했다. 그러면서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지위 인맥으로 서로 인턴 시켜주고 품앗이하듯 스펙 쌓기를 해주는 것은 수많은 청년에게 좌절과 실망을 주는 일이었다"고 했다.
송 대표는 4·7 재·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박·오 전 시장의 성 비위 사건에 대해 "권력형 성 비위 사건에 단호히 대처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기본적인 조치조차 취하지 않은 무책임했다"며 "다시 한번 당 대표로서 공식적으로 피해자와 가족,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야권에서는 "영혼 없는 사과"라며 맹폭을 가했다. 김예령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조국 사태로 등 떠밀리듯 했던 이해찬 전 대표의 대국민 사과를 제외하고는 지난 4년간 진심이 담긴 사과나 통렬한 반성 한번 없던 정권이었다"며 "송 대표의 사과 역시 영혼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도 "보여주기식 기자회견"이라며 "내로남불의 핵심인 조 전 장관의 반성이 없는데, 당대표의 반성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며 평가 절하했다.
당사자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송 대표 사과 직후 SNS에 "송 대표의 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민주당은 이제 저를 잊고 부동산, 민생, 검찰, 언론 등 개혁 작업에 매진해주시길 바라마지 않는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나를 밟고 전진하라"고도 했다.
민주당 내 친 조국 인사로 분류되는 김용민 최고위원은 송 대표 사과에 앞서 TBS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이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따라 조국 사태를 둘러싸고 당내 강경파 의원과 지도부 간 내홍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미현/이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