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군 성범죄...이번엔 동료 여군 숙소침입해 불법촬영

입력 2021-06-02 13:22
수정 2021-06-02 13:24

최근 공군에서 동료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겪은 여성 부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한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공군에서 또 다른 성범죄가 있었다는 추가 폭로가 나왔다.

2일 오전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서울 마포구 교육장에서 '공군 성범죄 사건 폭로 기자회견'을 열고 공군 제19전투비행단에서 여군을 상대로 불법 촬영을 저지른 군사경찰대 소속 남군 간부가 지난달 초 현행범으로 적발됐다고 밝혔다.

제보자에 따르면 군사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가해자의 휴대폰과 USB에서 다량의 불법촬영물을 확보했다. 가해자 USB에는 피해 여군들의 이름으로 정리된 폴더가 있었고 각각의 폴더 속에는 불법촬영물이 담겨 있었다. 가해자는 여군 숙소에 무단 침입해 피해 여군들의 속옷, 신체 일부를 불법 촬영했다고 제보자는 전했다.

김숙경 군성폭력상담소 상담소장은 "계급이 다양한 피해자가 5~6명 이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보자도 전체 규모를 파악하지 못해 (피해자가) 더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가해자는 여전히 동일 부대에서 근무하고 있고 정확한 피해 규모 등도 파악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센터에 따르면 해당 남성 간부는 8월 전역이 예정된 군경찰대 소속 하사로 적발 후 지금까지 공식적 징계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군 수사기관의 사건 축소·은폐,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센터는 "소속부대는 가해자의 전역이 얼마 남지 않았고, 전출시킬 부대가 마땅치 않다는 핑계로 피·가해자 분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며 "다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군사경찰대에서는 가해자에게도 인권이 있다며 노골적으로 가해자를 비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촬영물이 유포되지 않은 상황인지 확인하고, 유포되지 않았다면 이를 방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신속하고 적실한 수사를 위해 사건 역시 상급부대로 이첩해 처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신속한 피해자 보호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국방부는 성범죄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근절 대책을 내놓았지만 군내 성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센터는 '솜방망이식 처벌'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군사경찰대 소속 군인의 사건을 군사경찰이 수사하면 감싸거나 봐주는 수사가 진행될 거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국방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 6월 말까지 각 군 군사법원에서 다룬 성범죄 재판 1708건 중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175건(10.2%)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민간인들이 성범죄로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비율(25.2%)보다 15.0% 포인트 낮은 수치다.

최근에는 군내 디지털 성범죄 건수도 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 자료에 따르면 군내 디지털 성범죄는 2018년 102건에서 지난해 213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