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31일(17:5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1위 렌터카업체 롯데렌탈이 기업공개(IPO) 절차에 착수했다. 롯데그룹 계열사의 상장은 2017년 11월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롯데정보통신 이후 3년여 만이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은 이날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오는 8월 중 승인받은 뒤 기관투자가 수요예측, 일반 청약 등을 거쳐 이르면 9월 상장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렌탈은 차량 렌탈과 중고차 판매가 주력 사업인 회사다. 전신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1990년 세계 최대 미국 렌터카 회사 허츠와 제휴해서 만든 금호렌터카다. 그러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자금난에 빠지면서 2008년 계열사였던 대한통운으로 넘어갔고 2010년 KT에 매각됐다. 이후 2015년 7월 롯데그룹이 인수하면서 주인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순탄치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 간 국내 렌터카 시장 점유율 20% 이상을 점유하며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조2770억원, 영업이익은 1643억원을 기록했다.
롯데렌탈의 상장 기업가치는 2조원 대로 추정된다. 롯데그룹이 인수한 금액인 1조200억원의 두 배다. 인수합병(M&A)당시 자금을 댄 호텔롯데와 국민연금은 투자금 이상을 회수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여파로 타격을 입은 호텔롯데의 자금난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렌탈을 시작으로 주요 계열사들의 상장이 줄줄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롯데그룹은 2008년 롯데건설, 2015년 호텔롯데의 기업공개를 추진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2017년 10월 지주사 출범 당시 첫번째 프로젝트로 우량 계열사 상장을 내건 배경이다. 롯데정보통신의 뒤를 이을 주자로는 롯데리아 등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롯데GRS, 멀티플렉스 영화관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쳐웍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 등 '알짜' 회사들이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호텔, 영화, 외식 사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당시 사양산업으로 분류됐던 렌터카 사업은 공유경제와 카셰어링 열풍을 타고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한때 고가 인수 논란으로 미운털이 박혔던 롯데렌탈이 재무구조를 개선해줄 구원투수로 변신했다는 평가다.
◆ 인수 6년 만에 몸값 두 배
IB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은 상장시 기업가치 2조원 대로 공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 2위인 SK렌터카(구 AJ렌터카)의 시가총액 약 6500억원의 3배다. 롯데렌탈은 자회사인 카셰어링업체 그린카를 앞세워 기업가치를 높였다. 롯데렌탈은 그린카 지분 84.7%를 보유하고 있다. 카셰어링 업체 1위인 쏘카가 1조원으로 평가되는만큼 2위인 그린카도 최소 5000억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린카는 회원수 350만 명, 차량 대수는 약 9000대, 전국 3200여개 차고지를 확보하고 있다. 회원수 500만 명, 차량 1만2000여대, 4000여곳의 차고지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쏘카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2018년 GS칼텍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당시 기업가치는 35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그린카의 지난해 매출은 448억원으로 전년대비 약 40% 증가했다. 매출 2637억원인 쏘카에 비해선 규모가 작지만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 영업익은 36억원, 당기순익은 30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20배, 60배 급증했다. 그린카는 최근 사업목적에 자동차 매매업을 추가하고 중고차 사업 진출도 준비 중이다. 롯데렌탈이 보유한 단기 렌탈 차량을 카셰어링 차량으로 활용하고 중고차 판매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전략이다. 렌터카 업계 관계자는 "쏘카처럼 차량을 직접 매입해 관리할 경우 보유 대수가 늘어날 수록 적자가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업계에서 가장 많은 차량을 보유한 롯데렌탈과 그린카가 시너지를 낸다면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 롯데 계열사 줄상장 신호탄
롯데렌탈은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 후발 주자들과 격차를 벌린다는 계획이다. SK네크웍스가 2018년 AJ렌터카를 인수한 뒤 1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업계는 롯데렌탈이 4000억원 안팎의 공모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구주 매출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다. 코로나19 여파로 부채비율이 160% 이상 치솟아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롯데렌탈의 상장으로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 국민연금은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릴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미래에셋대우가 운용하는 투자목적회사(SPC) 그로쓰파트너를 통해 롯데렌탈의 지분 19.61%를 보유하고 있다. 규모는 2000억원 대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은 롯데렌탈 주식의 매수 청구권과 상장시 우선적 구주매출 권리 등을 받았다. IPO 공모가가 원금 회수 수준을 하회할 경우 원금에 추가로 2% 가량의 수익을 보장하는 계약을 맺어 원금 손실 위험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롯데렌탈이 공모에서 흥행할 경우 다른 계열사들의 상장 작업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제작년부터 주요 증권사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여러 계열사의 IPO를 동시에 준비해왔다"며 "이번 공모자금 조달이 성공한다면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열쇠로 꼽히는 호텔롯데의 상장에도 청신호가 켜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