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국내 관광수입 1년 만에 38조 증발

입력 2021-06-01 09:26
수정 2021-06-01 10: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해 한국의 여행·관광 부문 수입이 연 333억 달러(38조원)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여행관광협회(WTTC)가 지난 31일 발표한 연례 경제영향보고서(EIR)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여행·관광 수입은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한 여행제한 조치로 399억 달러(44조2300억원)에 그쳤다. 2019년 732억 달러(81조1400억원)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여행·관광 부문의 GDP(국내총생산) 비중은 2019년 4.4%에서 2.4%로 떨어졌다. 지난해 국내 여행소비가 34% 줄어든 데 이어 상대적으로 더 엄격한 규제를 취한 해외에서 68%가 줄었다. 덩달아 여행·관광이 차지하는 GDP 비중은 1년 새 45.5%가 낮아졌다.

여행·관광 수입이 쪼그라들기는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연간 관광수입이 2000조에 달하는 미국은 GDP 비중이 1년 새 8.6%에서 5.3%로 낮아졌다. 중국은 11.6%에서 4.5%로 60% 넘게 비중이 줄었다. 지난달 국가별 3색(녹·황·적색) 신호등 시스템을 가동해 여행재개에 나선 영국도 2019년 10.1%이던 GDP 비중이 4.2%로 절반 넘게 급감했다.

관광수입 감소는 여행·관광업계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 WTTC에 따르면 지난해 여행·관광 부문 국내 일자리는 8만4000개가 사라졌다. 2019년 140만 명에 육박하던 여행·관광업종 종사자 수는 지난해에만 6.2%가 감소해 13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WTTC는 이 조차도 그나마 나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이 지난해 기록한 6.2%의 일자리 감소율이 세계 평균치인 18.5%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라는 이유에서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의 일자리 유지 정책이 수천 개의 기업과 근로자에게 생명줄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고용유지와 긴급융자, 재난지원 등 정부가 내놓은 코로나 지원대책이 피해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WTTC는 "코로나 사태로 한국 여행·관광업계도 수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치명타를 입었지만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피해 정도가 작다"고 설명했다.

버지니아 메시나 WTTC 수석 부사장은 "한국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휴·폐업, 통행금지 등 강력한 폐쇄 조치 없이 전염병 확산세를 단기간에 진정시켰다"며 "코로나 사태에서 한국 정부가 뛰어난 위기 대응과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여행제한 조치를 완화할 경우 연내에 지난해 사라진 8만4000여 개의 일자리를 되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여름 성수기에 앞서 출·입국심사 종합계획 등 명확한 로드맵을 통해 여행을 재개하면 올 연말까지 여행·관광 수입이 지난해보다 48.5%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메시나 부사장은 "출발 전 진단검사, 백신 접종,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철저한 보건·위생 조치를 통해 안전하게 여행을 재개할 수 있다"며 "백신 접종을 마친 여행객에 대해 검역을 완화하기로 한 한국 정부의 방침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