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제공한 얀센 코로나19 백신이 예약 첫날 마감됐다. 부작용 논란으로 한때 ‘기피 대상’이었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노쇼 물량’을 찾는 수요도 갈수록 늘고 있다. 자가 격리 면제, 5인 이상 사적 모임 허용 등 정부가 내건 인센티브 덕분에 코로나19 백신 접종 분위기가 한 달 만에 완전히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0시부터 시작된 얀센 코로나19 백신 예약은 오후 6시께 마감됐다. 18시간 만에 90만 명분이 동난 것이다. 미국이 제공하는 얀센 백신은 모두 101만 명분이지만, 질병청은 예약 인원보다 많은 물량을 의료기관에 배송해야 하는 점을 감안해 90만 명까지만 온라인 예약을 받았다.
이날 얀센 사전예약 사이트는 0시가 지나자마자 신청자가 몰렸다. 얀센 백신 대상자는 30~59세 예비군과 민방위 대원, 국방·외교 관련자 등 약 370만 명이다. 이 중 선착순 90만 명에게만 기회를 주다 보니 ‘예약 경쟁’이 벌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사이트에 접속하는 데만 30분 넘게 걸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한 달 전만 해도 혈전증 등 부작용으로 인해 기피 대상이었던 코로나19 백신의 인기가 갑자기 높아진 배경으로 정부가 내건 인센티브를 꼽는다. 정부는 지난달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에 대한 일상회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두 번 맞아야 하는 AZ·화이자·모더나 백신을 한 번 맞은 사람은 이달부터 직계가족과 8명 이상 모일 수 있다. 다음달부터는 공원, 등산로 등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사람은 7월부터 5인 이상 사적 모임도 할 수 있다.
얀센 백신은 다른 백신과 달리 한 번만 맞으면 된다. 1회 접종만으로 ‘접종 완료자’가 된다는 얘기다. 이달 얀센 백신을 맞으면 올여름 해외여행도 할 수 있다. 입국할 때 ‘2주 자가격리’도 면제된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백신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지만 20대 이상에겐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익이 훨씬 크다”며 “어차피 맞을 백신이라면 이른 시일 내 맞는 게 낫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AZ 잔여백신 예약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백신 접종 예약자가 당일 나타나지 않으면 상온에 내놓은 백신은 모두 폐기해야 한다. 정부는 백신 폐기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달 27일부터 네이버와 카카오톡 앱을 통해 ‘잔여백신 당일예약’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3시 기준 종로구와 강남구, 성동구, 동작구 등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잔여백신은 ‘제로(0)’였다. 위탁의료기관 대부분이 잔여백신이 발생하면 자체적으로 마련한 대기명단을 먼저 활용하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의 한 위탁의료기관 관계자는 “미리 전화를 걸어 예약한 대기자만 200명에 달한다”며 “노쇼 물량은 하루 한두 개에 불과해 온라인에 잔여백신 물량이 나오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4일부터는 의료기관에 전화를 걸거나 직접 방문해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없고, 네이버·카카오 앱으로만 잔여백신을 예약할 수 있다.
노쇼 물량을 구하지 못한 사람은 정부가 발표한 예방접종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정부는 다음달부터 50대와 수능 수험생, 초·중·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접종할 계획이다. 이들에 대한 접종이 완료되면 연말까지 20~40대 일반 국민에게도 접종할 예정이다.
이선아/김우섭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