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이하 멸망·사진)가 방영 전부터 150개국에 선판매된 데 이어 국내에서 화제성 지수 1위를 차지하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독특한 소재와 기발한 설정으로 ‘판타지 로맨스’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10일 처음 방영된 ‘멸망’은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 다양한 지역에 선판매됐다. TV화제성 분석업체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지난주 기준 2주 연속 드라마 부문 화제성 1위를 기록했다. 박보영과 서인국이 주연을 맡았다.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등을 만든 권영일 연출과 ‘뷰티 인사이드’ 등을 집필한 임메아리 작가가 참여했다.
작품은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여성 ‘동경’과 ‘멸망’이라는 신비로운 존재의 만남과 사랑을 다룬다. 이야기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동경의 소원을 멸망이라는 초인적인 존재가 듣게 되며 시작된다. 자신의 생일에 인간의 소원을 들어줘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멸망은 그 순간 세상이 망하길 바라는 동경의 목소리를 듣는다. 이에 멸망은 세상이 사라지면 자신의 지독한 생 또한 끝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동경의 소원을 이용하려 한다.
작품은 삶과 죽음, 생명과 소멸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룬다. 하지만 멸망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캐릭터로 차별화된다. 초반엔 삶과 생명을 상징하는 동경, 죽음과 소멸을 나타내는 멸망의 대비가 부각된다. 이후엔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며 로맨스가 싹트는 과정에서 공감과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임메아리 작가가 ‘도깨비’를 쓴 김은숙 작가의 보조 작가 출신인 만큼 도깨비와 비슷하다는 인상도 준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차이가 뚜렷해지고 있다.
멸망을 만들어 낸 소녀신(정지소 분) 캐릭터도 인상적이다. 모든 것을 관장하는 지혜로운 신처럼 보이는 동시에 다소 냉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다양한 화면 전환과 연출 기법도 화제가 되고 있다. 동경과 멸망이 사는 공간은 하나로 연결돼 있다. 동경의 소박하지만 아기자기한 집과 멸망의 거대하지만 차가운 집이 마치 한 공간처럼 이어져 나온다. 두 사람은 이 공간에서 함께 지내며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멸망이 동경의 현실 속 공간을 마음대로 바꾸기도 하고, 그의 꿈속에 찾아가기도 하는 등의 설정도 흥미롭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