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에 대해 “자신들을 향한 미국의 적대행위”라고 반발했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1주일 넘게 침묵해 온 북한이 내놓은 첫 반응이다. 반면 정부는 “북한 외무성 등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개인 명의의 논평”이라고 의미를 축소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31일 김명철 국제문제평론가 명의의 기사에서 “남조선이 우리 공화국 전역은 물론 주변국들까지 사정권 안에 넣을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며 “이미 수차에 걸쳐 ‘미사일지침’ 개정을 승인해 탄두중량 제한을 해제한 것도 모자라 사거리 제한 문턱까지 없애도록 한 미국의 처사는 고의적인 적대 행위라고밖에 달리 말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1979년 체결된 한·미 미사일지침은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42년 만에 종료됐다.
이 글은 특히 미국을 겨냥했다. 통신은 “지금 많은 나라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고안해낸 ‘실용적 접근법’이니 ‘최대 유연성’이니 하는 대조선 정책(대북정책) 기조들이 한갖 권모술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며 “우리의 과녁은 남조선군이 아니라 대양 너머에 있는 미국”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선 “‘기쁜 마음으로 미사일지침 종료 사실을 전한다’고 설레발을 치면서 지역 나라들의 조준경 안에 스스로 머리를 들이민 남조선 당국자의 행동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을 저질러놓고는 죄의식에 싸여 이쪽 저쪽의 반응이 어떠한지 촉각을 세우고 엿보고 있는 그 비루한 꼴이 실로 역겹다”고 맹비난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 교수는 “미사일 사거리 해제는 사실 북한보다는 중국을 겨냥했다고 봐야 하는데 북한이 꼭 집어서 반응을 내놨다”며 “북한의 미사일 개발 정당성을 쌓는 동시에 오히려 중국의 속내를 대신 얘기함으로써 북·중 간 결합을 강화하는 효과를 노린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 정부는 직접적인 반응을 자제했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특별히 어떤 공식 직위나 직함에 따라 발표된 글은 아닌 것으로 본다”며 “북한의 반응에 대해서는 정부가 신중한 입장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보고에 출석한 서욱 국방부 장관은 “국제평론가 개인 의견에 공식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국가원수에 대한 예의 없는 언행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