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하반기 반포동 일대 재건축 이주를 앞두고 전셋값이 수억원씩 오르는 등 ‘전세대란’이 현실화하면서 매매가격도 밀어올리고 있다. 서울시가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인기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지만 반포 일대는 빠졌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된 ‘풍선효과’까지 더해지면서 ‘똘똘한 한 채’ 매수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반포 전용 84㎡ 전셋값 20억원 진입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초구 일대 전용 84㎡가 20억원에 전세로 계약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9㎡(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기준)는 지난 20일 20억원에 전세로 계약됐다. 올 1월 거래(18억원)에 비해 2억원 뛰었다.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9㎡ 전세 매물도 14일 20억원에 손바뀜했다. 잠원동에서는 지난해 4월 입주한 ‘반포센트럴자이’ 전용 84.9㎡ 전세가 27일 19억원에 계약돼 20억원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서초구 일대는 대규모 재건축 이주 수요로 전셋값이 올 들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넷째주(24일 기준)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16%로, 전주(0.07%)의 두 배를 넘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초구 전세 거래량은 올 3월 898건에서 4월 565건, 5월 392건으로 줄어들고 있다. 서초구에서는 하반기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2120가구)를 시작으로 ‘신반포18차’(182가구) ‘신반포21차’(108가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1490가구) 등이 줄줄이 이주에 나선다. 반포동 B공인 관계자는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등 반포 일대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 매물이 씨가 말랐다”고 말했다. 신고가 행진 이어지는 서초구서초구에서는 전세난에 매매가 급등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대형 주택형을 중심으로 50억원대 초고가 거래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29.9㎡는 4월 25일 49억7000만원에 신고가를 새로 썼다. 3월 47억원에 거래된 주택형이다. 호가는 최고 53억원까지 뛰었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전용 140.1㎡는 지난 10일 54억원에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4월 51억원에 신고가를 경신한 뒤 한 달 만에 3억원 뛰었다. 반포동 K공인 관계자는 “압구정 대치 등 강남권 유망 지역이 대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반포·서초동으로 매수세가 옮겨 갔다”며 “강남권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도 다시 고개를 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통계상으로도 서초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중 가장 높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넷째주 서초구 아파트값은 한 주 전에 비해 0.18% 상승했다. 서울 평균 상승률(0.10%)을 훌쩍 뛰어넘은 것은 물론 강남구(0.13%)와 송파구(0.16%)보다 높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는 서초구를 포함한 강남권 매매가와 전셋값이 진정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매매와 전세 매물을 찾는 수요는 줄지 않지만 공급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5월 넷째주 서울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07.5로 전주(104.7)보다 2.8포인트 상승했다. 수급지수는 기준선인 100을 넘어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뜻이다. 동남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110.6으로 서울 5개 권역 중 가장 높았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서초구 일대는 재건축 이주 수요와 학군 등에 따른 신규 유입 수요가 많은 데 비해 매매와 전세 물건은 적어 당분간 가격 상승에 따른 시장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