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가 일본 부동산 투자 규모를 기존의 2배 안팎 수준인 2500억엔(약 2조5358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초저금리와 코로나19 영향으로 일본 부동산이 매력적인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투자펀드들이 일본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연간 1000억~1500억엔이던 일본 부동산 투자 규모를 2500억엔으로 두 배 안팎으로 늘리기로 했다. 수요가 늘어나는 물류시설과 데이터센터, 코로나19의 타격을 받은 기업이 내놓은 오피스빌딩에 투자할 계획이다.
일본은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도 물류시설 가동률과 고급 주택 임대율이 안정적이고, 금리가 낮아 해외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골드만삭스 등이 인수한 부동산을 몇 년 후 되팔기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초저금리로 운용난을 겪는 연기금·공제회와 보험사 등 일본 기관투자가들이 부동산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큰 장이 설 것으로 기대되자 글로벌 투자자금이 일본으로 몰려들고 있다. 작년 4월에는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PAG가 새로 조성한 펀드에서 최대 8000억엔을 4년 동안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의 대형 부동산 펀드인 벤틀그린오크(BGO)도 앞으로 2~3년간 일본 부동산 시장에 최대 1조엔을 투자할 계획이다. BGO는 세계 24개 도시에 거점을 두고 490억달러(약 56조원)의 자산을 굴리는 펀드 운용회사다.
세계 최대 부동산 펀드 중 하나인 브룩필드도 도쿄에 사무실을 열었다. 지난 27일에는 이규성 칼라일그룹 최고경영자(CEO)가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2024년까지 1300억달러(약 145조원)를 모아 중국과 인도, 일본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서비스 기업 JLL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투자자들은 일본 부동산 시장에 2007년 이후 최대 규모인 1조5000억엔을 투자했다. 전체 부동산 거래의 30%가 해외 투자자들에 의해 이뤄졌다.
골드만삭스는 전자상거래(EC)와 데이터 통신 증가로 수요가 커진 물류시설과 데이터센터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4월 말 오사카 이즈미시에 약 5만2000㎡의 토지를 구입하고, 2024년 완공을 목표로 대형 물류시설 개발에 착수했다. 지난해에는 자동차 내비게이션 기업인 포리시아클래리온일렉트로닉스 본사 건물을 구입했다.
골드만삭스증권의 사모투자 부문(PEI)과 골드만삭스애셋매니지먼트(GSAM)의 부동산 부문을 통합하는 등 일본 내 부동산 투자조직도 개편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