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고온과 가뭄이 겹친 중국 남부지역에서 전력난이 심해지자 공장 가동 자제령이 떨어졌다. 일부 도시에선 “1주일에 4일만 가동하라”는 지침까지 내려졌다.
31일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광둥성의 성도 광저우와 주하이, 둥관 등 17개 공업도시에 지난 17일부터 전력 소비 제한 조치가 발령됐다. 광둥성은 중국 31개 성·시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가장 큰 대표 공업지대다.
광둥성 정부는 대상 지역 기업들에 별도의 지령이 없는 한 올해 말까지 오후 피크타임에 공장 가동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라고 통보했다. 휴대폰부터 기저귀까지 각종 공장 수천 개가 밀집한 둥관에선 공장을 1주일에 4일만 돌리고 3일은 닫으라는 지침까지 내려졌다. 이 지역의 한 PC 조립업체는 “최근 주 3회 전력 공급이 끊길 것이란 통보를 받아 서둘러 발전기를 설치했다”고 전했다.
광시좡족자치구와 윈난성도 비슷한 조치를 발령했다. 광시좡족자치구에선 최근 1주일 동안 최대 전력 공급량을 11% 웃도는 전력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광시좡족자치구 정부는 이에 따라 기업에 대한 전력 분배 계획을 새로 수립했다. 윈난성은 지난 10일부터 전기를 많이 쓰는 알루미늄 공장 등에 생산량을 줄이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전력난은 중국의 경기 회복에 따른 공장 가동률 상승에 5월 이상 고온에 따른 에어컨 사용 증가, 1~4월 가뭄으로 인한 수력 발전량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광둥성의 5월 전력 소비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 늘어난 1억3300만㎾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수력발전소가 몰려 있는 진사강의 유량은 작년보다 20% 이상 줄었다.
원자재값 동반 상승으로 석탄 가격까지 올라 화력발전소를 추가로 가동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내 발전용 석탄 가격은 t당 1000위안(약 17만5000원) 안팎으로 최근 두 달 동안 60% 가까이 급등했다. 이 가격이면 화력발전소들이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재고를 쌓아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력난 탓에 중국 제조업 경기도 영향을 받고 있다. 국가통계국이 이날 발표한 5월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0으로 시장 예상치인 51.1을 소폭 밑돌았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