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섭 농협중앙회 CIO "일희일비 않고 좋은 씨앗 찾아 투자할 것"

입력 2021-05-31 15:51
수정 2021-05-31 17:00

“자금운용은 농사를 짓는 것과 비슷합니다. 진득하게 씨를 뿌리고 잘 키워야 수확할 수 있죠.”

총 110조원의 큰돈을 굴리는 농협중앙회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고 있는 김장섭 상호금융자산운용본부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임기 동안 벤처투자 등 장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는 전국 1100여 개 지역농협의 4500여 개 점포로부터 위탁받은 자금을 관리한다. 각 지역농협이 받은 예금이나 대출금 차액을 맡기면, 중앙회가 이를 굴려 수익을 내서 돌려주고 남은 돈은 재적립하는 구조다. 총 운용자금 110조원 가운데 100조원을 손익자산으로, 10조원을 유보자산으로 보유하며 유동성 관리를 한다.

김 본부장은 금융기획부 경영지원팀장, 청와대지점장, 농협금융지주 자산운용전략부장, 경영지원부장 등을 두루 거친 금융권의 베테랑으로 손꼽힌다. 지난해 12월 경기지역본부장에서 상호금융자산운용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본부장은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농협중앙회는 지역농협의 성장 발전에 기여해야 하는 공적 기능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중앙회는 최근 자산운용본부 체제를 채권운용·주식운용·대체투자 구조에서 국내운용·해외운용·대체투자 구조로 변경했다. 그는 “시장의 특성에 맞는 투자 시스템을 갖추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식과 채권을 나누다보니 시장 상황에 따라 한쪽은 활황이고 다른 쪽은 신통치 않을 때 무리할 수 있다”며 “같이 묶어 놓으면 서로 보완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해 국내 투자 비중이 70%인데 국내 금리가 워낙 낮아서 일정 부분 해외나 대체투자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다”며 “2025년까지 국내 비중을 60%로 낮추고, 해외 및 대체투자 비중을 40%로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특히 해외채권 수익률이 지금은 국내보다 0.6~0.7%포인트까지 높아 비중을 늘리는 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미국 유럽 이머징마켓 중에서는 여전히 미국이 투자하기 좋다고 평가했다.

금리 전망에 대해서는 “미국이 금리 상승을 감내하겠다고 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 혹은 2023년 상반기께 상승할 가능성을 높게 본다”고 했다. 그는 “장기물은 팔고 단기물을 포트폴리오에 좀 더 담으려 하고 있지만 다른 투자자들도 비슷하게 대응하고 있어 쉽지 않다”고 전했다.

김 본부장은 “투자 업무를 농사에 비유하자면 조합에서 가져온 돈이 땅인 셈”이라며 “그 위에 심을 좋은 씨앗(투자처)을 찾아 뿌려놓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너무 일희일비하지 않고 기다리겠다”고 했다. 수익을 거두기까지 오랜 기간 기다려야 하는 대체투자 분야를 강화한다는 취지다. 그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와 전기차, 자율주행차, 친환경 에너지 등이 맞물려 있기 때문에 대체투자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 가운데서도 벤처캐피털(VC)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김 본부장은 “스타트업 개별 투자는 어렵지만 미래를 보고 조금씩이라도 VC에 투자해 향후 수익을 낼 수 있는 기반을 갖춰두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대출 성격의 투자에 더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대체투자 분야는 직접 투자가 아니라 좋은 위탁처를 발굴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운용인력을 마음대로 늘리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외부 운용사(GP)들을 잘 고르고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민지혜/이상은 기자
사진=김영우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