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랩 발굴한 싱가포르 투자社 "韓 스타트업 눈여겨보고 있다"

입력 2021-05-31 15:46
수정 2021-05-31 17:02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도울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정부 소유 투자회사 테마섹홀딩스 계열 벤처캐피털(VC)인 버텍스홀딩스의 추아 키락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08년 설립된 버텍스는 테마섹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로, 50억달러(약 5조5000억원) 넘는 운용자산(AUM)을 바탕으로 200여 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네이버와 한화생명 등이 펀드에 출자자(LP)로 참여하기도 했으나, 한국 스타트업 직접투자 실적은 아직 없다.

추아 CEO는 “초기 성장 단계에 있으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기술과 사업 모델을 가진 한국 스타트업을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버텍스는 기업의 가치 창출과 사업 개발을 적극 지원하는 능동적인 사업형(operator) VC다. 추아 CEO는 한국을 “뛰어난 기술 기반과 역동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를 갖춘 시장”이라고 평가하면서 “한국 VC와 LP,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버텍스만의 글로벌 VC 플랫폼과 네트워크 역량을 활용해 한국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로 정보통신기술(ICT)과 헬스케어 분야 기술기업에 초점을 맞춰 투자해온 버텍스는 미국과 중국, 동남아시아·인도, 이스라엘 등지에 현지 전문인력을 갖추고 글로벌 VC 플랫폼 지위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현재 버텍스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선별적인 투자 기회에 집중하는 성장단계 펀드(Vertex Growth Fund II) 모집을 준비 중이다.

대표적인 투자 성공 사례는 그랩과 사이버아크, 웨이즈, 모바이크, 칩스크린 등이다. 최근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합병을 통한 상장을 발표한 ‘동남아 우버’ 그랩의 경우 최초의 VC 투자자로서 인력 채용 지원과 규제 당국과의 협업을 이끌어냈다. 추아 CEO는 “테마섹 네트워크를 통한 협업 기회와 포트폴리오 기업의 신규 고객 확보 지원 등 버텍스만의 네트워크 역량이 경쟁 VC보다 단기간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VC 산업 전망과 관련해선 “호황이나 불황 경기 사이클과 상관없이 혁신 스타트업 투자는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앞으로 6개월에서 9개월 동안에는 투자가 늘고, 그만큼 밸류에이션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싱가포르=이태호 특파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