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넘게 지지부진하던 중국 증시가 지난주부터 서서히 반등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아직까지는 일시적 반등인지 추세적 강세장의 시작인지를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인플레이션, 통화정책, 중국 정부의 기술주 규제, 미·중 분쟁 등 중국 시장을 둘러싼 각종 리스크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올해 주요국 중 가장 안정적인 경제 성장이 예상되는 곳 역시 중국이다. 국내외 투자은행에서는 정부 정책 방향성과 맞으면서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업종은 하반기를 내다보고 투자해볼 만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거래대금 1조위안 돌파…‘강세장’ 시동?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한 주 동안 3.3% 상승했다. 지난 27일에는 올 2월 이후 처음으로 종가 기준 3600선을 넘어서며 석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홍콩증권거래소의 우량 종목 55개로 구성된 항셍지수는 2.3% 올랐다.
중국 증시 대장주인 구이저우마오타이 주가가 1주일 동안 9.2% 급등하는 등 대형 우량주가 강세를 보였다. 중국국제금융공사, 하얼빈하터우인베스트먼트, 상재주식, 흥업증권 등 금융주도 일제히 오르며 상승장을 이끌었다. 상하이·선전증시 대형 우량주 300개로 구성된 CSI300 지수의 상승률은 같은 기간 3.6%에 달했다. 최근 중국 증시는 하루 거래대금이 1조위안(약 175조원)을 돌파하는 등 자금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
주식시장 강세에 방아쇠를 당긴 건 위안화 강세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최근 6.3위안대까지 내려가 위안화 가치가 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위안화가 오르자 위안화 자산 가치도 높아지면서 중국 본토주식의 매력도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인플레이션과 시중 유동성, 기업 실적 등이 발표되면서 중국 시장에 대한 리스크 요인도 줄고 있다.
다만 중국 증시에 대한 신중론도 여전히 많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인플레이션, 통화긴축, 중국 정부의 규제 등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아 중국 증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대체로 중국 주식시장이 하반기에도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삼성증권은 긴축정책, 정부 규제, 미·중 분쟁 등을 주요 리스크로 꼽았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중국 주식시장은 단기적인 경기 회복에 따라 그동안 조정이 일단락되면서 주가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주식, 뭘 사야 하나?
그럼에도 중국은 주요국 중 경제 성장이 가장 돋보일 국가로 꼽히는 만큼 하반기 유망주에 관심이 쏠린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경제가 내년까지 W자형 2차 회복에 진입해 주요국 중 회복 과정이 가장 안정적일 것”이라며 “최근의 박스권 장세가 투자엔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중국 시장에서 최근 설비투자 증가 등 제조업이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소비가 고도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주식을 선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탄소중립과 친환경 밸류체인 등 중국 정부 정책 방향성과 맞는 업종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하반기 ‘톱픽’으로는 북방화창(002371), 디세이(002920), GDS(GDS), CIMC엔릭(3899), 퉁웨이(600438), 강봉리튬(1772), 트립닷컴(TCOM), 징둥(JD), 이하이국제(1579), 다다넥서스(DADA), 항서제약(600276), 바이두(BIDU) 등 12개 종목을 제시했다.
삼성증권은 “3분기 주식시장이 반등한다면 이때를 기점으로 비중을 줄이고 포트폴리오를 압축하라”고 권했다. 포트폴리오는 소비 회복의 수혜주인 가전·자동차와 낙폭 과대 성장주인 플랫폼·친환경·내수 중심으로 구성하라고 조언했다. 종목으로는 지리자동차(00175)·장성자동차(601633)와 메이디(000333)·샤오미(01810), 우시바이오(2269)·중국중면(601888), CATL(300750), 알리바바(9988)·텐센트(0700)를 추천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 본토와 홍콩 시장에서 ‘두 자릿수 수익률이 가능할’ 종목으로 중국거석(600176), 윈마카오(01128), DR레이저(300776), 순펑(002352), 포커스미디어(002027)를 꼽았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