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은 지난 27일 글로벌 부동산 기업인 새빌스 계열 자산운용사인 새빌스투자운용의 지분 25%를 약 1000억원에 취득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삼성생명이 해외 투자 비중을 늘리기 위해 외국 운용사 지분을 사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생명은 총자산 300조원이 넘는 국내 1위 보험사지만 전체 순이익에서 국내 보험 비중만 85%에 달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불균형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번 새빌스와의 전략적 제휴가 시너지를 낼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새빌스는 1855년 영국 런던에 설립된 종합 부동산서비스 회사로 CBRE, JLL 등과 함께 세계 3대 부동산 기업으로 손꼽힌다. 삼성생명은 새빌스의 100% 자회사였던 새빌스운용 지분 25%를 인수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새빌스를 통해 해외 유망 부동산 투자에 참여하고 이에 따른 과실도 전략적 파트너인 새빌스와 공유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러나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절차상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보험업법상 삼성생명이 새빌스운용 지분을 취득 완료하려면 당국의 승인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마치 확정적으로 계약이 이뤄진 것처럼 발표한 게 부당하다는 얘기다. 특히 삼성생명이 지난해 말 ‘암보험 미지급 논란’으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중징계(기관경고) 처분까지 받았는데 과연 신규 투자 심사가 원활하겠느냐는 뉘앙스도 풍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은 법적 문제는 없다고 해명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보도자료에 양국 금융당국의 심사를 거쳐 계약이 클로징된다고 명시했고 금감원 중징계 역시 아직 금융위에서 확정 의결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설사 중징계가 확정되더라도 현행법상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과 같은 신규 인허가 사업이 아닌 피투자회사 재무건전성 평가 위주인 심사 자체를 통과하는 데는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빌스운용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32조원가량의 운용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230억원의 순이익(세전)을 올리는 등 안정적인 재무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런던증시 상장기업인 새빌스도 현지에서 당국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보도자료 배포에 어떤 문제도 제기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발표 시점도 영국과 한국 모두 런던증시 개장 시간인 오후 4시(한국시간)로 동시 설정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와 알렉스 제프리 새빌스운용 대표까지 인터뷰해 “이번 거래가 (삼성생명을 포함한) 투자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원리원칙을 따지자면 금감원 주장도 마냥 틀린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삼성생명 측 해명이 좀 더 이해가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