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의 액면분할 발표가 6년 만에 최대치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회복 흐름을 보고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개인이 많아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액면분할은 한 장의 증권을 여러 개의 소액증권으로 나누는 것이다. 이를 시행하면 이전보다 적은 돈으로 쉽게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6월부터 올 5월까지 미국 S&P500 기업 중 액면분할을 발표한 곳이 8개라고 30일 보도했다. 2014년 6월부터 2015년 5월까지 11개 회사가 액면분할한 뒤 6년 만에 가장 많은 수다.
엔비디아는 지난 21일 650달러에 육박하는 기존 주식 1주를 4주로 나누는 4 대 1 액면분할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작년 7월 애플이 4 대 1 액면분할을 발표해 같은 해 8월 말부터 거래를 시작했다. 테슬라도 지난해 5 대 1로 액면분할했다.
액면분할을 하면 해당 주식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다. 주식 가격이 높으면 개인이 매매하는 데 부담을 느끼지만 가격이 낮아지면 이런 부담을 덜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유동성이 늘어나는 셈이다.
이론적으로 보면 액면분할해도 기업 가치 등은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소액 투자자 자금까지 끌어들일 수 있어 주식시장에서는 호재로 받아들인다. 마크 레만 JMP증권 최고경영자(CEO)는 “산술적으로 액면분할은 아무런 장점이 없다”면서도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특정한 가격 저항선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통상 주식시장이 호황이면 액면분할에 나서는 기업이 증가한다. 미국 주가가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던 2006~2007년에는 S&P500 기업 중 47곳이 액면분할에 나섰다. 2019년 액면분할을 발표한 기업은 두 곳뿐이었다.
다만 최근엔 주식시장에서 액면분할의 장점이 사라졌다는 분석도 있다. 거래 수수료를 없앤 증권사가 늘어나는 데다 일부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주식을 쪼개 파는 상품을 도입하면서다. 온라인 증권거래 플랫폼 로빈후드 등을 이용하면 주가가 아무리 비싸도 자신이 원하는 금액만큼의 주식 지분을 살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액면분할의 이점은 제한적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최근 5년 중 4년간 액면분할한 기업의 당해 연도 주가 상승률은 S&P500 평균을 웃돌았다. 하지만 발표 이듬해에는 상황이 역전됐다. 한 해를 제외하고는 모두 S&P500 평균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주가가 원래 기업 가치를 찾아갔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