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모(22)씨의 사망 경위를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사건 당일 함께 있었던 친구 A씨 측이 두 번째 입장문을 발표했다.
A씨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유한원앤파트너스의 정병원 변호사는 29일 22쪽 분량의 입장문을 내고 "A씨는 손씨와 술을 마시기 시작한 시점부터 '블랙아웃'을 겪어 8시간 동안 기억이 거의 없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17일 첫 입장문이 나온지 12일 만이자, 경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 이후 손씨 아버지가 해당 내용을 반박한 지 하루 만에 나온 두 번째 입장문이다.
정 변호사는 "A씨 측의 정신적 피해가 막심한 상황에서 직접 나서 본질과 무관한 진실공방이 계속된다면 이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이라면서 "본질과 무관한 진실공방이 지속된다면 또 다른 유언비가 양산될 수 있어 법무법인이 독자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기로 했다"고 직접 나서게 된 이유를 밝혔다.
먼저 그는 A씨가 지난달 24일 오후 11시 14분께 손씨와 새로 술자리를 시작한 시점부터 이튿날 오전 6시 10분께 한강공원에 부모와 함께 방문을 마치고 귀가하기까지 기억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약 8시간에 걸친 기억이 '블랙아웃'이라는 것.
앞서 A씨는 손씨를 만나기 전 다른 술자리에서 청주 2병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정 변호사는 "전문가들의 견해에 비춰 A군이 겪은 기억장애와 만취 상태에서의 움직임 등이 극히 이례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유족 측에서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유족 측은 A씨가 사건 당일과 이튿날 "손씨가 언덕에서 신음을 내며 굴러 끌어올린 기억이 난다" 등의 말을 했던 것을 토대로, 손씨가 물에 들어가게 된 경위를 A씨가 알거나, 연관이 돼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 변호사는 A씨가 1차 참고인 조사 때부터 '손씨가 언덕에서 넘어지는 것 같은 장면', '고인을 끌어올리러 가다 미끄러졌던 것 같은 기억', '고인을 끌어올린 것 같은 기억' 등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진술했다면서도 "언덕과 강 사이 일정한 거리가 있고, A씨에게는 물에 젖은 흔적이 전혀 없는 점에 비춰 언덕 부근에서 손씨를 끌어올린 기억과 입수는 무관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또 A씨와 아버지가 오전 5시께 공원을 찾아 강비탈을 15분 가량 번갈아 살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A씨와 아버지가 강비탈 부근에 머문 시간은 각각 7∼8분 정도"라며 "놀기 시작한 장소로 지목된 곳 주변에 손씨가 누워 있어 보일 것으로 생각해 둘러봤지만 발견하지 못했고, 강비탈 아래쪽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공간이 있어 혹시 그쪽에 누워 있는 게 아닌지 확인하려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가 신고 있던 신발에 이어 티셔츠까지 버린 이유에 대해서도 밝혔다. 정 변호사는 "티셔츠는 2장에 만 원 정도 하는 것으로 낡은 상태에서 토사물까지 묻어 버린 것"이라며 "부유한 집이라고 해서 토사물이 좀 묻었다고 세탁조차 하지 않고 옷과 신발을 쉽게 버리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생활 방식의 차이가 의혹의 원인이 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지난 입장문에서 근거 없는 억측과 제기, 신상털기 등 각종 위법 행위를 멈추어 달라고 간곡히 요청한 바 있음에도 계속되고 있다"며 "부디 더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27일 '한강 의대생 사망' 관련 중간 수사 브리핑을 열고 "현재까지 범죄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온라인 상을 중심으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이후 손씨의 아버지는 자신의 블로그에 "경찰 발표를 보고 오히려 의혹이 생겼다"며 "서초서는 수사만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브리핑을 하는 서울청은 아들과 나를 미워하고, 친구 A씨 변호인만 사랑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는 글을 게재하며 불쾌함을 드러낸 바 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