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 회계연도(2021년 10월~2022년 9월) 연방정부 예산으로 6조달러(약 6700조원) 규모의 ‘초대형 팽창 예산’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백신 덕분에 최악의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벗어났는데도 팬데믹(전염병 세계적 대유행) 전인 2019년(4조4470억달러)보다 재정지출을 35%가량 늘리기로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부자 증세’ 등을 통해 재정을 보강할 계획이지만 향후 10년간 연평균 1조3000억달러 가량의 재정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표’ 내년 예산 6조달러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백악관 문건을 입수해 바이든 행정부가 28일 6조달러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내놓는 예산안으로 올해 연방정부 지출 추정치 5조7640억달러보다 4%가량 늘어난 규모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지난 2월 ‘2021~2031년 예산 및 경기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연방정부 예산을 약 5조달러로 추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구상하는 예산안은 이보다 1조달러 많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의 ‘큰 정부’ 구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고 NYT는 “2차대전 이후 최대 수준의 연방정부 지출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미국 연방정부 지출은 2차대전 당시 40%를 넘었다. CBO는 이 비율이 2020년 31%, 2021년 26%에서 2022년엔 22% 정도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6조달러 예산이 확정되면 내년 GDP 대비 재정지출 비율은 26% 수준을 유지한다. 확장 재정은 비단 내년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NYT는 연방정부 예산이 내년 이후에도 계속 늘어 2031년엔 8조20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팬데믹이 끝나가는데도 정부 살림살이가 급격히 불어나는 것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 및 복지 지출 계획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8년간 2조3000억달러의 인프라 투자와 10년간 1조8000억달러의 복지·교육 지출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내년 국방예산은 7530억달러로 올해보다 1.7% 증가하는 데 그친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억지를 위한 핵전력 현대화와 미래 전력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맞서기 위해 미사일·위성·레이더 시스템을 강화하는 ‘태평양 억지 구상(PDI)’도 국방예산에 포함됐다. 국가채무 비율 10년 뒤 117%문제는 재정적자다. 백악관 구상대로라면 2031년까지 10년간 연평균 재정적자는 1조3000억달러에 달하고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31년 117%에 이를 전망이다. 작년엔 100%였다. 바이든 행정부는 법인세율 인상과 고소득층 증세 등을 통해 세수를 늘릴 방침이지만 상당 기간 재정 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공화당에선 당장 부정적 반응이 나왔다. 케빈 크레이머 공화당 상원의원은 백악관의 내년 예산안에 대해 “비현실적”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공화당은 대규모 재정지출이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고 과도한 실업수당을 지급할 경우 미국인들의 직장 복귀가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표 예산’을 놓고 의회에서 힘 겨루기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은 이날 9280억달러 규모의 ‘공화당표’ 인프라 투자계획을 내놨다. 바이든 행정부는 공화당의 반발 등을 감안해 인프라 투자 규모를 2조3000억달러에서 1조7000억달러로 축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만 여전히 격차가 크다.
공화당은 도로, 교량, 대중교통 시스템, 초고속통신망 등 전통적인 인프라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여기에 더해 반도체 제조, 전기자동차 인프라 구축 등 기후변화 대처와 첨단산업 기반 마련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인프라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