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27일(06:1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물류 관련 스타트업들이 잇달아 투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고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는 등 온라인 중심 유통 체계가 자리를 잡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26일 벤처캐피털(VC) 업계에 따르면 물류 스타트업 로지스팟은 최근 150억원 규모 시리즈 C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2018년 시리즈 A, 2019년 시리즈 B 투자를 더해 누적 투자금은 270억원을 넘기게 됐다. 그동안 카카오벤처스, 알펜루트자산운용, UTC인베스트먼트, 더존비즈온 등이 회사의 성장성을 눈여겨 보고 투자자로 참여했다.
로지스팟은 화주와 운송 회사를 연결해주는 일종의 기업간 거래(B2B) 플랫폼이다. 플랫폼 안에서 물류 계약을 진행하거나, 상품의 배송 위치를 실시간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퍼시스, 레노버, 넥센타이어 등 700개 이상의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또 10만대 이상의 화물차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390억원으로 전년(180억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로지스팟은 상품이 소비자에게 닿기 전 중간물류를 책임지는 ‘미들 마일’ 분야에 강점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들 마일은 물류 창고에서 소비자에게 상품이 전달되는 과정인 ‘라스트 마일’과는 달리 원자재나 완성품을 물류 창고로 옮기는 과정을 일컫는다. 그동안 미들 마일은 대형 사업자가 없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돼왔다. 다만 유통 경쟁이 심화되면서 라스트 마일 뿐만 아니라 미들 마일도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다른 미들 마일 ‘강자’ 스타트업인 와이엘피는 최근 SK텔레콤 모빌리티 자회사인 티맵모빌리티에 인수되며 ‘잭팟’을 터뜨렸다. 와이엘피 역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반의 B2B 물류 플랫폼이 주력 사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까지 SV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벤처투자, 인터베스트, 에이벤처스 등 다수의 VC로부터 누적 15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번에 티맵모빌리티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설립 5년 만에 8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상품과 소비자를 직접 잇는 ‘라스트 마일’ 분야에서는 이미 덩치가 커져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낸 스타트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륜차 배달대행 업체 바로고는 최근 500억원대 시리즈 C 투자 유치에 나섰다. 3000억원대 몸값을 인정받을 것이 유력하다. 이륜차를 이용하는 덕분에 근거리 물류 인프라에 강점을 갖고 있다. ‘생각대로(로지올)’와 ‘부릉(메쉬코리아)’과 함께 배달대행 업계 3강 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그밖에 ‘콜드체인’ 물류 스타트업 팀프레시도 DSC인베스트먼트, 스틱벤처스 등 다수의 VC로부터 누적 5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이 회사는 마켓컬리와 같이 신선식품에 ‘새벽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지난 2018년부터 매년 2배 이상의 매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유통 패러다임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물류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택배시장 총 매출은 약 7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늘어났다. 2012~2019년까지 매출이 연평균 10%가량 증가했음을 고려하면 성장세가 더 가팔라졌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투자자들이 물류 산업을 새 먹거리로 낙점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VC 업계 관계자는 “4차산업혁명 영향으로 물류에도 AI, 빅데이터 중심의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데다가 코로나19가 더 빠른 변화를 추동한 상황”이라며 “비교적 성장이 더뎠던 미들 마일 시장도 점차 커지고 있어 앞으로도 물류 스타트업에 투자자들이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